일반부 동상 - 김성현
폭염의 날씨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이곳 한국은 하루를 멀다 하고 최고 온도 기록을 경신했다는 뉴스가 들려와. 길거리를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던 길 고양이들도 시원한 나무 그늘을 찾아 돌아다니는 걸 보니 올여름은 아무래도 편안히 보내기는 그른 것 같은 생각이 드네.
더운 한국의 여름과는 다르게 이역만리 떨어진 그곳. 혹한의 추위 속에서 해양 환경 연구를 하고 있는 네가 생각나 쑥스럽지만 이렇게 펜을 들어본다.
기억을 곱씹어보면 환경에 대한 너의 관심은 아마 유치원 때부터였던 것 같아. ‘분리수거’라는 말을 처음 배워온 너는 우리 집의 분리수거 담당을 자청했고, 우리 가족이 분리수거를 대충 하려 했을 때 서당 훈장님 같은 너의 불호령을 피할 수가 없었지. 조그맣던 녀석의 잔소리가 그때는 왜 그렇게 귀엽던지.
환경에 대한 유별난 관심은 그때부터였을까? 공부를 꽤 잘한 네가 의학도가 아닌 공학도의 길을 간다고 했을 때 우리 가족 모두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어. 아버지가 그 저의(?)를 묻자 “의학의 길은 출세가 보장된 길이라서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해양환경 회복 관련 공학의 길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외로운 길이다. 나는 해양환경 회복 분야의 개척자가 되어서, 이 길을 가려하는 많은 이들의 표지석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너를 보며 당황해하시던 아버지, 할 말씀은 많으신 것 같으나 꾹 참고 계신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눈치만 보던 내가 떠올라?
해양환경 회복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힘든 유학길에 오른 너. 8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학업에 정진하는 네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라. 졸업식 날 아버지를 붙잡고 우는 네 모습 속에 그동안 네가 홀로 견뎌야 했던 고독과 인내의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아 형도 참 마음이 아프더라.
학위 과정도 다 끝났으니 이제야 우리 가족이 다시 함께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는 귀국하자마자 극지에서의 연구를 희망했고 위풍도 당당하게(?) 합격하여 원하던 남극기지로 발령을 받았지. 그런 동생을 걱정하던 형에게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읊조리며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담담히 웃어주던 너를 보며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은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루에도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그곳에서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너를 생각하면 많은 걱정이 앞서. 이런 겁쟁이 형을 위로라도 하듯이 너는 말했지
“형.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있는데 우리 인간은 그런 바다를 병들게 하고 있어. 하루에도 수십만의 어류들이 미세 플라스틱 등에 의해 피해를 받고 있고, 해양 한가운데 보란 듯이 쓰레기를 투기하고 있어. 형. 바다는 내게 연인과 같아. 나는 상처받은 내 연인이 그 상처로부터 회복될 수 있도록 내 삶을 걸어보고 싶어”
생각해보면 동욱이 너는 항상 그랬던 것 같아. 남들이 애써 무시하고 외면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고, 찾아가 함께 아픔을 나누었지. 너무 오지랖 아니냐고 장난스럽게 물어도 너는 그저 묵묵히 멋진 미소로 답하곤 했어.
형은 그런 너의 선한 모습과 마음이 장래 너의 앞길을 환히 비춰주는 햇살이 되어 줄 거라 믿어. 그런 너를 통해 우리나라 바다는 다시 찬란한 천년의 빛을 발하게 되겠지.
동욱아. 쉽지만은 않을 거야. 그래도 “진리는 외롭지만 항상 벗이 있다”는 옛 현인의 말씀처럼, 그곳에서 네게 주어진 소명의 삶을 완성해가고 네가 서 있는 곳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곳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그런 너를 형, 엄마, 아빠 그리고 온 우주가 함께 응원하고 사랑한다.
2018년 8월의 무더운 날
성현이 형이
2018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손편지부문 일반부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