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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여보에게 보내는 프러포즈

일반부 장려상 - 추지나

사랑하는 여보에게


여보! 나야. 이렇게 편지 쓰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좀처럼 손 편지를 쓰지 못했는데 우리가 결혼식을 딱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의미 있는 편지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찾아서 펜을 들었어.

 

아직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가 신혼집을 꾸리고 함께 생활한 지 벌써 꽤 됐네. 내가 여보에 비해서 자취 경험도 짧았고 가사 일에 서툰 점이 많아서 답답한 적 많았을 거야. 그래서 미안하면서도 그런 부족한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여보에게 늘 감사해! 근데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생활을 통해서 우리가 환경과 사회를 위해 조심하면 좋을 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더라고.


퇴근 후 피곤하고 귀찮아서 모든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어 분리수거를 소홀히 한 일,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번거롭다고 죄다 변기에 쏟아부어 물을 내려버렸던 일, 가끔은 오붓하게 둘이 손잡고 산책하며 다녀와도 될 법한 장보기를 굳이 자동차를 끌고 나와 오갔던 일 등…….


앞으로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시간에 비하면 턱 없이 짧은 시간이기에 이것들 말고도 우리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들어. 그리고 그 실천들은 자연환경과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면서도 결국 우리 두 사람의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믿어. 


친구들이 가끔 내게 프러포즈는 받았느냐 물어보는데 난 내가 여보에게 프러포즈라는 걸 하고 싶었어. 꼭 남자가 프러포즈하는 법은 없잖아~ 그리고 거창한 이벤트와 달콤한 말이 아닌 진솔하면서도 따뜻한 프러포즈를 하고 싶었어. 내겐 이 편지가 그 점에서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어.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증거는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


내가 여보를 만난 이후로 늘 그랬어. 내가 일상생활에서 스쳐 지나듯 행하는 모든 일들이 앞으로도 계속 여보와 함께일 거란 생각을 하면 아까 말한 쓰레기 분류, 공해 줄이기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거지에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바른 사람이 되고 싶어 지더라고. 물론 여보도 나를 통해서 같은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야.


앞으로 난 여보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낼 자신도 있고, 그 과정 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환경을 위해 변해가는 모습도 있을 거야! 그러니 여보, 나랑 결혼해줄래요? 정말 많이 많이 사랑해요♡


당신의 여인으로부터




2018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손편지부문 일반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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