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부 대상 - 서영채
잘 지내고 있겠지. 너무 잘 지내면 내가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엄마가 편안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어떠한 답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인데 자꾸 누군가가 대답을 해 줄 것 같은 미련이 남는 순간들이 많아 엄마! 벌써 두 달이 넘었네. 엄마가 우리 형제의 곁을 떠나간지도... 아빠가 먼 길 갈 때는 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는데 엄마마저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버렸네. 이제 어쩌지? 처음에는 걱정만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살아지고 있어.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밤 혼자 집에 들어가는 것도,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익숙해졌어. 군대에서 나오지 않는 형을 원망하지는 않아. 같이 아프니까 아픈 사람끼리 함께 있으면 좋을 것 없잖아. 엄마도 잘 알 거야. 그렇지?
가끔 진짜로 외로울 때면 같이 찍은 사진들을 봐. 엄마가 웃는 모습들이 많은데... 온 가족이 경주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에는 내가 첨성대를 가볍게 들고 있네. 엄마는 자랑스러워하며 옆에서 활짝 웃고 있고 재미있다. 친척 형들이랑 칼, 도끼, 삼지창을 들고 엄마를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하네. 스키장도 가고 등산도 가고, 체육대회에서도 우리 가족은 즐겁게 지냈어.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울적했던 기분도 풀리더라고. 이렇게 웃게 된 것도 '시간'이라는 약이 있기 때문일 거야. 처음에는 계속 울기만 했었어. 아침마다 눈이 부어서 온 몸이 못생겨질 정도로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외로움을 넘어서 그리움만이 느껴지고 있어. 옷장 안에 있는 옷의 위치, 설거지할 때 밥그릇 개수, 익숙한 엄마의 핸드폰 번호, 형이랑 내가 항상 맛없다고 투덜거렸던 엄마의 콩나물국조차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 엄마 생각만 하면 왜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까?... 아주 많이 미안해 아주 많이 아주......
집안일 도와주는 게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 튕기면서 안 해줬잖아. 내가 엄마한테 잘못한 일인데 오히려 내가 더 화를 내면서 큰 소리를 내었지. 참 어리석었나 봐 엄마! 엄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어른스럽지 못해서 자꾸 미안해. 엄마랑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자꾸 아픈 엄마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얘기하는 것을 피했지. 내가 바보였던 거야. 엄마도 알겠지만 엄마가 형이랑 나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그런데 엄마 내가 어릴 때는 어른스러운 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잖아. 그리고 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형이 같이 있으니까 둘이서 알콩달콩 살 수 있어.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엄마는 너무 다른 사람 걱정이 많고 힘든 일이 있으면 몽땅 혼자 짊어지는 사람이었잖아. 그래도 이제는 그러지 말고 엄마 생각만, 오직 엄마 생각만 하면서 머~언 그곳에서 편하게 쉬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부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