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노을에게...

청소년부 금상 - 정예원

by 편지한줄

너, 노을에게


열일곱의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첫 시험을 하루 앞두고 두려움과 긴장에 휩싸여 너를 보았어. 너는 세상 무엇보다 장엄하고 붉었지만 새벽의 대양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어. 꼭 엄마의 육아일기에 적혀있던 '그날'처럼 저물어가는 것의 고귀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지.


내가 세 살 무렵이던 그날... 우리 가족은 아빠의 직장 때문에 청주에 살았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말수가 적은 엄마와 나는 서로 손을 꼭 붙잡고 집 근처 숲길을 돌아 상당산성에 오르곤 했대. 나는 뒤집기도 늦었고 걸음도 늦게 뗀 늦게 자라는 아이였어. 아마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산성에 올랐을 거야. 그래서일까? 마침내 정상에 올라 우리가 걸어온 길 너머 까마득히 먼 들판과 작은 집들 위로 붉게 타오르는 너를 보았을 때, 나는 너를 향해 마치 시인처럼 말문이 터졌대.


"불, 불, 불이 타는 것 같아!" 그날의 너는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란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되기 위한 길목에 있어.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하시고 재취업을 하신 아빠는 가끔씩 "참 찰기 힘들다"라는 말씀을 하셔. 학원에 전혀 다니지 않고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간 나도 상위 1%의 부유함과 재능을 가진 친구들 속에서 힘들긴 마찬가지야.


하지만 오늘...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를 하다 아침이 밝았을 때 제일 먼저 학교에 갔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며 농구 골대 위로 넘실대는 너와 마주쳤어.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위로를 주는 것은 꼭 사람뿐만은 아닌 것 같아. 너는 무모한 경쟁과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직 현재의 너를 불태우며 너의 존재 자체로 나에게 큰 응원과 희망을 주었어. 그날, 엄마가 해주셨던 말씀처럼 저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 떠오르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너를 보며 나 역시 사춘기의 오늘이 언젠가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믿어. 너, 노을... 그래서 나는 너에게 오늘 이 마음의 편지를 띄운다. 고마워. 사랑해. 저물어가던 나의 하루를 되살려준 너를 오래오래 기억할게. 너와 함께 했던 내 어린 날과 너, 노을처럼 항상 나와 함께 하는 엄마와 아빠를... 모쪼록 모든 사람의 마음에 네가 있길. 나도 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길 꿈꾸며...


2017년 4월 17알

정예원♡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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