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우리를 낳아주신 어머니

일반부 동상 - 주영미

by 편지한줄

가슴으로 우리를 낳아주신 어머니


25년 전 그날도 벚꽃이 눈처럼 시리게 흩날렸지요. 부모님의 이혼으로 지천에 꽃이 바다를 이루던 5월 우리는 그 누구보다 추은 봄을 맞이하던 때 새엄마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만났기에 두 팔 벌려 안아줄 수도 따뜻한 눈인사 한 번도 건네지 못했었지요. 두 딸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서야 당신의 25년 희생이 얼마나 아프고 외롭고 처절하였을지 감히 짐작이 갑니다.


세 아이가 가슴에 적개심을 갖고 분노와 의심의 눈초리로 차갑게 밀어냈는데도 당신은 꿋꿋하게 우리 곁을 지켜주고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보살피며 대장암으로 하늘에 보내드릴 때도 무너지지 않으려 의연하게 참으로 가슴 아프게 이겨내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셨지요. "너희들 엄마를 찾아 잘해드려라 그분도 불쌍하신 분이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을 가슴으로 낳았으니 나도 너희들의 엄마니라. 아이를 못 낳고 시집에서 쫓겨날 때 죽고 싶었지만 너희들을 만나 나는 엄마가 되었으니 평생의 소원을 풀은 것이다."라고.


아아-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다면 당신 가슴에 이리 큰 못을 박지 않았을 텐데. 너무 큰 후회로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우리를 가슴으로 낳아주신 어머니. 그 긴 세월 우리의 뒤에서 눈물 훔치며 방황하고 삐뚤어질 때마다 끌어안고 울어주시던 어머니. 아버지 떠난 뒤에도 친정이 없으면 여자는 너무 외롭다며 그 집을 꿋꿋하게 지키며 나의 친정이 되어주는 어머니.


철없던 제가 당신의 사랑과 희생으로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젠 제가 당신의 보호자가 되어드릴게요. 할머니 드린다고 두 딸이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를 쓰고 있어요. 내일 어머니 가슴에 달아드리며 그 사슴 속의 한을 아픔을 어루만져 드리며 아버지가 묻혀있는 곳에 가서 약속드릴게요. 가슴으로 낳아주신 우리 세 남매가 이제는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웃으며 살아가시게 해 드린다고요.


가난 때문이었는지 뭐 드시고 싶냐 물으면 늘 국수라고 하시던 어머니. 내일은 돈 걱정 마시고 맛있는 거 먹으며 어머니 혼자 두고 먼저 가신 아버지 흉보며 밤새 별 세어보게요. 손녀들 암마와 제 편지가 어머니를 가장 행복한 엄마로 만들어주길 바라봅니다.


엄마 딸 영미 올림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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