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故 송원이에게

일반부 금상 - 박하성

by 편지한줄

지리산 반달곰 故 송원이에게


안타깝고 부끄럽구나. 너의 위대한 모성母性에 나는 숙연해진다.

지리산 생명줄을 이어 살리고 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지리산에 방사되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너, 동면하던 바위굴에서 새끼를 출산하여 우리를 기쁘게 하였지. 하지만 눈이 녹으면서 바위틈으로 스며든 차가운 물은 새끼에겐 최악의 상황이었지. 뽀송뽀송한 자리를 만들려고 넌 백 수십 번 굴 밖을 나가 낙엽을 모아 왔구나. 동면 중엔 움직임을 삼가야 하는데도 너의 안위보다 자식을 위한 갸륵한 모정母情이 눈물겹다.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까.


사람이 출산을 하면 무리하지 않고 산후조리를 잘해야 하는데 너라고 달랐을까. 몸조리는커녕 낙엽을 모으느라 체력을 소진하고, 안전한 새 굴을 찾아 나갔다가 탈진하여 결국 자신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였구나. 추위에 떨며 젖 달라 보채는 자식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묻고 죽어가던 네 심정은 오죽했을까. 네 아기는 엄마의 죽음도 모른 체 돌아오지 못한 엄마를 기다리다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 너의 품으로 돌아갔구나. 부디 그곳에서는 이 땅에서 못다 이룬 행복한 삶을 누리거라.


지리산의 희망이었고 생명의 거룩함을 느끼게 해 준 너 송원이와 아기곰아, 돌이켜보니 세 자녀를 둔 아비로서도,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의 아들로서도, 아비 된 도리와 자식으로서의 효도를 다하지 못한 나는 참 부끄럽구나. 너희 그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깨달음을 다오.


자식을 위한 너의 무한 희생과 지극한 사랑을 본보기 삼아 이 땅의 부모들이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치하거나 소홀히 대하는 일이 없도록 가르침을 다오. 가없는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은 우리가 평생 갚아야 할 은혜임과 모든 행실의 근본이 효도임을 깨닫게 하고, 항상 사랑을 베풀고 나누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해 다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일 뿐이므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우리 모두가 깨닫게 해 다오.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전하여 쾌적한 자연환경을 누리고,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물려주게 해 다오.


송원이의 희생과 사랑이 이 땅에 넘치기를 바라며, 2017년 5월에...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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