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일반부 동상 - 이화정

by 편지한줄

무제


엄마, 막내딸이에요.


오늘도 학교를 마친 고3 딸아이에게서 문자가 수없이 내 휴대폰 진동음과 함께 날아오고 있어요. 이런 날이면 엄마와 내가 더없이 가엾고 안쓰럽습니다. 한글을 모르시는 엄마에게 지금껏 문자 한 번 보내보질 못하고 편지 한 통 써본 적이 없는 이 막내딸은 늘 가슴으로 문자를 보내고 편지를 씁니다.


남들은 신식 휴대폰에 자식들, 친척들 전화번호 저장해 두고 손자 손녀 사진 저장해 두고 아니면 적어도 전화번호 수첩에라도 적어놓고 안부전화를 하는데, 엄마는 한글을 몰라서 상대방 번호를 적어놓은 메모지 색깔이나 메모지 접어놓은 모양에 따라서 상대방 연락처를 외우고 사시죠. 엄마 화장대 위에 메모지함을 볼 때마다 막내딸은 가슴으로 울었습니다.


김장김치라도 택배로 보낼라치면 메모지함 맨 앞에 버티고 있는 내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택배기사님께 보여드리며 대신 써달라고 하신다죠! 낯선 남자의 필체가 쓰인 택배 상자를 받을 때 그 김치를 먹을 때 김치보다 눈물을 먼저 먹곤 합니다.


내가 국민학교 때 전화기도 없던 시절, 엄마가 불러주는 대로 이모들한테 편지를 쓰라고 할 때마다 엄마가 쓰지 왜 나한테 시키냐고 짜증내고 신경질 부리기 일쑤였고, 사투리로 부를 때면 '엄마,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 적어. 표준말로 똑바로 좀 불러'라고 엎드려서 엄마를 노려보며 퉁명스럽게 쏘아대던 열 살짜리 내 모습이 아직도 부끄럽게 내 눈앞에 선합니다. 그땐 알지 못했어요. 엄마가 아홉 살 때부터 할머니가 농사일을 시켜서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질 못하고 글조차 모른다는 걸 내가 이십 대가 되어서야 알았답니다. 지금은 엄마 딸이 노안이 와서 돋보기 없인 글씨를 볼 수 없으니 요즘 들어 부쩍 엄마 생각에 그 미안하고 죄송했던 날들이 생각나 혼자서 눈시울을 붉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몇 년 전부터 당뇨합병증으로 눈이 더욱 안 좋아지신 엄마. 그때 철없던 때 죄송했어요. 그리고 한 번도 전해드리지 못했던 말, 사랑하고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벚꽃이 만연한 4月에

막내딸 올림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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