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랑해요

일반부 은상 - 강은하

by 편지한줄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 저는 21살 나이에 친구들처럼 대학생 된 거 대신에 어머니의 며느리가 되었어요. 고향 베트남을 떠나서 한국에 와서 시집 살림을 하고 있어요. 처음 어머니를 만난 순간에 어머니가 나를 안고 "잘 왔어. 고맙다" 말했어요.


시집을 먼저 간 베트남 언니들한테서 "한국 시어머니 무서운 사람이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와 보니까 나의 시어머니는 참 친절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녁에 어머니가 해 준 밥을 먹고 나는 "설거지 제가 할게요"했더니 "아니야, 쉬어. 오늘은 내가 할게. 다음에는 네가 해" 했어요. 그런 말 듣고 나는 감동 많이 받았어요. 어머니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나는 한국 요리 처음에 잘 모르니까 음식은 다 어머니가 했어요. 어머니는 솜씨가 좋아서 아주 맛있게 했어요. 그 덕분에 저는 살이 빠지지 못했어요. 어머니께서 처음 가르쳐 준 음식은 바로 계란말이예요. 잘 가르쳐 주시니 나는 딱 한번 만에 성공했어요.


어머니가 "음식 차릴 때 예쁘게 차려야 먹을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했어요. 그래서 나는 어머니 꼼꼼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나는 음식 차릴 때 실수를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어머니는 "이거 작은 접시에 담아야지. 김치는 예쁘게 썰어서 담아야 돼" 그런 말 듣고 나는 참 답답했어요. 그렇게 잔소리하는 어머니가 "참 까다로워. 먹을 수 있으면 되지" 생각만 했어요.


근데 이제 어머니가 나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거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이제 어머니가 늦게 오시거나 어디 가실 때 나는 혼자도 밥상을 잘 차릴 수 있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머니가 "김치냉장고에 멜론 있다, 가져와 봐, 같이 먹게" 했는데 나는 식구들 앞에 김치 한통 들고 왔어요. 한국말 모르니까 멜론 뭔지 몰랐어요. 김치냉장고에 김치밖에 더 있겠어?라고 생각했거든요. 식구들은 눈 똥그랗게 뜨고 배 터지도록 웃었어요. 이제 다시 생각해 보면 나도 웃겨요. 그거 잊지 못한 순간이죠.


어머니께 예의도 많이 배웠어요. 집 근처에 혼자 계신 친척 할머니에게 찰밥, 닭백숙 등 특별한 음식 할 때 항상 갖다 드려요. 가끔씩 전화해서 안부를 전하거나 시간이 나면 할머니 집에 들르기도 했어요. 어머니는 나이 들고 혼자 계신 할머니가 얼마나 외롭겠어? 했어요.


나는 힘들 때마다 분가를 생각했는데 그 말이 떠올라서 분가 포기했어요. 정들었는데 우리 분가하면 부모님 얼마나 외로울까.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먹을 거, 옷, 약 등 너무 잘 챙겨드려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나중에도 어머니처럼 남편한테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시어머니들 보통 손녀보다 손자를 더 원하시죠? 근데 나는 딸 두 명 낳았는데도 어머니가 아무 말 안 했어요. 참 고맙죠. 어머니가 아직도 남존여비 사상을 갖고 있으면 얼마나 구박하고 아이 하나 더 낳으라고 하셨을까요. 아마 그렇다면 나는 스트레스 엄청 받을 것 같아요. 근데 우리 어머니는 장사 때문에 바쁜데도 저녁에 와서 손녀하고 잘 놀아줘요. 그래서 우리 아이도 할머니를 아주 좋아해요.


어머니 나이도 들었는데 가족을 위해서 쉬지 않고 장사하고 있어요. 이제 나도 아기 엄마여서 엄마 마음 잘 알아요. 여자들은 결혼했으면 가족밖에 모른다는 거 알아요. 같이 4년을 살았는데 어머니가 친정에 간 것 손에 꼽을 정도예요.


어머니도 친정 생각나긴 하겠죠. 근데 살림하기 위해서 바빴어요. 가끔 인천에서 사는 삼촌은 어머니 얼굴 보러 왔어요. 그때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에게 그날이 제일 행복한 날인 것 같아요. 나는 외국 며느리라서 오랜만에 친정식구 만나는 거 눈물 나는 정도로 반갑다는 거 잘 알아요. 어머니는 결혼해서 아이 4명을 낳고 키우고 살림하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 이제 나이 들었는데 장사 안 해도 돼요. 일찍 와서 식구들하고 얘기도 하고, TV도 같이 보면 얼마나 좋아요. 어머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이제 좀 쉬세요.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면 좋겠어요. 어머니! 사랑해요.


2017. 5. 3.

며느리 은하 올림.




2017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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