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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19살 정민서에게

중등부 은상 - 정민서

To. 19살 정민서에게


안녕 민서야? 나는 5년 전의 그러니 14살의 정민서야.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너는 지금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야. 학원이 마치고 집으로 가는 늦은 밤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항상 들고 중1인 내가 이해도 못 하는 문제들을 그렇게 쉽게 푸는 걸 보다 보면 너무 똑똑하다는 생각만 들더라고. 그러다 문득 고등학생이 되어있을 나를 상상해보니 코끝이 간질거리며 너무 기대돼.


사실 미래의 나를 위한 편지를 처음 써봐서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중1짜리가 쓴 편지를 고3이 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 더 잘 쓰고 싶기도 해. 그래도 진심으로 너에게 해줄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볼게. 지금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너는 다가올 수능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도 하고 3학년이 되어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과는 ‘수능’이라는 단어만으로 공감대가 생기고 서로 고민도 털어놓으며 그로 인해 더 친해지기도 할 것 같아. 이 외에도 많은 일이 있겠지만 솔직히 부담감도 크지? 참…. 19살이라는 나이를 보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해. 그 시절을 겪는 사람은 더 힘들 거고. 내가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어. “너의 결과가 어떻든 네 노력의 흔적은 그곳에 있어.” 이 말처럼 수능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너의 노력을 알아주었음 해.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실을 맺는 과정에 의의를 두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 민서야 비록 14살이라는 적은 나이이지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가 19살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10대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생각에 많은 아쉬움이 느껴질 것 같아. ‘마지막’이라는 단어 하나가 전해주는 아쉽고 그리운 감정이 있지만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하면 될까? ‘마지막’이 주는 아쉬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준비한다면 다음번의 시작에는 한 발짝 내디딘 너를 마주할 거라고 나는 믿어.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네가 18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실패라는 하나의 과정도 많이 겪었을 거라 생각해.


‘실패’라는 단어가 마냥 두려울지도, 아니면 포기가 아닌 실패여서 다행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실패가 절망스럽고 경험하기 싫은 단어일 수도 있지만 너만은 ‘실패’라는 단어를 새로운 경험을 끝내고 결실을 맺기 위한 바쁜 노력 속에서 보지 못한 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 생각해주길 바라. 예를 들어보자면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는데 그분은 매일 같은 길을 지나셔. 하지만 그 흔한 길목 귀퉁이에 피어있는 작은 민들레꽃의 모습을 보시지 못한 채 지나쳐 버리시는 거지. 누군가는 그 작은 꽃 하나를 두고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단단한 아스팔트 위에서도 잘만 자라나는 민들레의 생명력과 싱그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그러니 너도 아무리 작은 것 일지라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끼는 삶이 되길 바라. 민들레 이야기처럼 너도 노력의 과정에서 지나쳐 버린 것들이 무수히 많을 거야. 실패를 한다 한들 그 과정을 되돌아보고 그 순간을 즐기며 다음에는 한걸음 성장한 네가 서 있길 바라.


5년이라는 시간이 참 길어 보이지만 초2던 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1이 되어있는 걸 보니 “시간 참 빠르다.”라는 말을 몸소 실감하게 되네. 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5년 후의 나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최선을 다 할 테니 19살의 너는 20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줘!! 그리고 다가올 수능을 위해 공부한다고 멘털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정말 부탁하는 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 사람들이 네게 나쁜 말을 하거나 좋은 말을 했다 한들 너의 가치는 사람들에게 듣는 말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야. 어떤 말을 듣든지 정민서는 정민서라는 것. 이건 네가 가장 잘 아는 사실이잖아. 그러니 나 자신의 정의는 나에게 달려있다 생각하고 제멋대로 널 판단하는 이가 있다면 상처받지 말고 저분이 나라는 사람을 잘 모르시는구나. 하며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라. 


지금의 너는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가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을 텐데 친구들과도 만남과 헤어짐이 오갈 거야. 그 사이에는 친구와 충돌 또한 일어날 듯해. 어떤 이가 너를 싫어한다 한들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너도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잖아. 너를 외면한다면 그렇구나 하고 뭐 나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하며 가볍게 넘길 줄도 아는 사람이 되는 좋겠어. 친구를 사귈 때는 너와 비슷한 친구만 곁에 두지 않았으면 해. 성인이 되면 다양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게 더 좋대. 그리고 너를 다른 이와 비교하지 마. 사람들이 자신과 상대를 비교할 때는 나의 단점과 상대의 장점을 비교한대.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다 보면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그 속에 숨어버린대. 열등감 느끼면서 의욕도 잃고 비교도 하는 거. 그건 아니잖아. 그것도 자신을 가장 잘 알면서도 그러는 게 참 안타깝고 14살의 정민서도 그러지 않으려 주의 중이야. 그리고 한국에는 더 뛰어난 사람이 나타날 거고 그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될 거야. 또한 그 과정들 속에서 너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고. 그러니 상대와 너를 비교하면서 너를 깎아내리는 행동은 하지 말아 줘. 민서야 네가 열등감을 느낄 순간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사람마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너도 장단점이 있어. 그런 너의 장점이 어떨 때는 단점이, 너의 단점이 장점이 될 때가 있어. 그런 모습이 모이고 모여 정민서라는 하나의 인격체와 개성을 만들어낼 거야. 그러니 쟤는 쟤고 나는 나라는 생각으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민서야 네가 보내고 있는 이 순간도 미래의 너에게는 정말 그리운 순간일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길 바라. 몇 달 뒤면 수능이고 또 조금만 있으면 20대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너를 위해 19살의 내가 20대의 삶을 결정한다는 마인드로 매일을 열정을 다 해 보냈으면 해.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도 있겠지만 지치고 힘든 일도 있을 듯해. 14살 정민서의 곁에 좋은 사람이 많았듯이 19살 정민서의 곁에도 좋은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해. 절대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주변의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너의 고민거리도 말하면서 위로도 받고 스스로 이겨내 보기도 해 보면 좋겠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하나의 큰 계기가 되어서 어느새 민서 너의 발자국 속에는 한 발자국이 더 새겨져 있을 거야. 


민서야 이제 몇 달 뒤면 시험장에서 수능을 보고 있겠지? 그 순간에는 무척 떨리겠지만 2~40대가 되어 그 기억을 회상해본다면 정말 기억에 남고 뜻깊었던 순간으로 추억될듯해. 어쩌면 10대의 마지막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수능을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괜히 해보게 되네.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잘 느낄 텐데 체력이 부족한 너는 분명 체력이 많이 딸려서 공부를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연속으로는 못할 것 같아. 그러니 특히 너는 건강 잘 챙기고 20대가 되어 네가 원하는 길로 간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다 보면 그리 안 좋은 길로 갈 가능성은 적을 거라 생각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항상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면 너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고3까지 너를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고 커서 효도도 많이 하면 정말 좋겠다! 네가 하고 있는 노력이 너의 미래와 큰 연관이 있을지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연관이 없더라도 노력을 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정말 뿌듯할 것 같아. 


너의 모든 순간에는 행복과 불행, 도전과 실패가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해. 그리고 너의 꿈을 이룰 기회가 있다면 그 순간에는 절대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고 뭐라도 잡고 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냥 막 달려봤으면 좋겠어. 시간이 지나도 나의 노력들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시점까지 많은 노력을 하며 1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을 민서야! 지금까지도 열심히 지내주어서 정말 고맙고 조금만 더 힘내서 새로운 20대를 맞이하자 앞으로도 파이팅!


From. 14살의 정민서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등부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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