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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사랑스러운 미선이에게

중등부 동상 - 김미선

To. 사랑스러운 미선이에게


안녕! 미선아 나는 너에게 숨겨진 또 다른 너야.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려고 하니 많이 어색하네…. 미선아 요즘엔 힘든 일 없어? 예전보다는 웃는 일이 많아진 것 같아 정말 뿌듯해. 웃는 일들 속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예전에는 툭하면 매일 울고 그랬는데 아마 별명이 울보였지….


미선아,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야. 근데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지…. 엄마 없이 자란 너는 다른 친구들이 엄마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쓸쓸함을 달래는 게 외로웠잖아. 그리고 솔직히 돈이 없는 우리 집에 대한 불만이 참 컸고…. 게다가 나 자신이 중요한 존재인지 소중한 존재인지도 몰랐어. 그래서 나쁜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나 봐. 매일 외박하고,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집 들어가고, 담배도 피우고, 부모님의 걱정 어린 말들을 잔소리로 받아들였지. 점점 아빠, 할머니 마음을 울리고 지치게 만들었어. 나를 온전하게 바라보면서 나에게 뭘 바라지도 않고 잘 자라기만 해 달라는 아빠와 할머니의 간절함을 외면하고…. 근데 만약 그때 부모님이 나를 포기했다면 지금보다 더 삐딱해지면서 더 막 나갔겠지? 내가 무엇을 하든 안아주기만 했던 아빠와 할머니를 생각하면 참 감사한 거 같아.


지금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또다시 반성하면서 깨닫는 것도 있지?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말 잘 들어야지 하는데 이 마음가짐이 얼마 가지 않아 일이 벌어졌지. 정말 아빠와 할머니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대못을 박고 말았어.


남자들과 어울리다가 사고를 당했지. 그때까진 몰랐을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얼마나 힘들어질지…. 다행히 어른들의 도움으로 신고하고 조금 안정돼서 지내는데 남자들 중 한 사람이 내 집 주소를 알고 있었어. 그건 위험하다는 신호였지. 선생님께서 위험하니까 다른 시설에 가서 지내보자고 하셔서 나는 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어. 시설 가는 날이 됐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신나서 웃으며 짐을 챙기는데 할머니 눈에는 내 걱정 가득이었어. 내가 잘 지내겠다고 빨리 오겠다고 하고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꼭 안고 뒤 돌아가는데 할머니의 슬픈 목소리가 들렸어. 근데 나는 너무 이기적이게 우리 할머니는 잘 안 우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선생님들과 차를 타고 집을 떠났어. 시설에 다 왔을 때 선생님이 우시길래 왜 우냐고 여쭤보니 우리 할머니가 울었다는 거야. 나도 선생님께서 알려줘서 정말 할머니가 우셨다는 것을 알게 됐지….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았어. 이젠 그나마 행복하겠지 했는데 내 시설 생활은 정말 힘들었어. 정말 힘들어서 자해라는 것도 시작하고 정신과 약도 먹기 시작했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지. 매일 조퇴하고 선생님께서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시설을 알려주셨어. 그곳이 바로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곳이지. 그렇게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어…. 그사이 시설에 있으면서 자해도 하지 않고 칭찬을 듣는 아이가 되었어. 선생님들이 미선이 많이 성장했다고 마음의 조절력이 생겼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 하지만 매일 행복할 수는 없을 거야. 아빠는 매일 술을 드시기 시작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나에게 했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건 정작 난데…. 오히려 내가 미안했어.


할머니는 연세가 있으셔서 몸이 편찮아지기 시작했고 밥도 제대로 드시지 않았어…. 시설에서 외박을 보내줘서 아빠와 할머니께 가면 엄청 해맑게 웃으면서 날 반겨주셨어. 그렇게 2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면 나도…. 할머니도…. 아빠도…. 모두 슬픔에 잠겼지. 할머니는 돈도 없으면서 내 손에 2만 원을 쥐여 줬는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지. 죄송하다고 잘 지내겠다고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했어. 할머니도 눈물을 흘렸어. 힘든 일이 나를 공격해도 부모님 생각하며 이 악물고 이겨냈어. 그렇게 더 성장하면서 많이 컸지. 미선아. 지금은 비록 부모님께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예쁘게 커서 성인이 되고 돈을 벌 때가 되면 그때 더 열심히 하면 돼! 중학교 1학년이라는 학생에서 지금 중학교 3학년이라는 학생이 되었어. 이제 고등학교도 정해야 하는 시기도 왔고….


미선아, 너는 뭐든 잘하는 능력이 있어. 춤, 운동, 만들기, 글쓰기 등 여러 재능이 있지. 앞으로 넌 뭐든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거고 앞으로 더 성장할 거야. 정말 더는 후회하는 일도 안 할 거지?


이렇게 지금 너의 모습이 딱 좋아! 더 잘하려고 하지 마! 안 그러면 너만 힘들어. 그리고 너무 남 생각하지 말고!


가끔은 너를 생각하면서 이기적이어도 돼. 네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랑스러운 딸이 되자! 앞으로도 더 잘 부탁해! 미선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From. 사랑하는 미선이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등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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