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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0. 2022

당신은 나의 히어로

중고등부 장려상 - 오남경

사랑하는 할아버지께


"빠라라 라라 라라~ 딩동댕동♪"

'전국 노래자랑' 시그널 음악을 들으니 오늘도 TV를 보며 좋아하실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랐어요. 일요일 낮 12시면 TV 앞에 앉아 전국 팔도 내놓아라 하는 사람들의 노래 듣기를 즐겨보시던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 댁에서 살았던 3년이 제 인생 가장 최고로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제 어릴 적 잠깐 엄마 혼자 할아버지 댁에서 저를 키웠던 시절, 당신은 엄마와 저를 품어주는 둥지가 되어주었습니다.


고집 센 제가 엄마 말을 안 듣고 혼날라치면 "우리 예쁜 손녀, 할아버지 등 긁어줄련?" 하고 엄마 매로부터 저를 구출하시던 나의 슈퍼맨이셨죠. 가게로 데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시며 엄마 말 잘 들으라며 다독여주시던 당신이 있었기에 이렇게 올곧게 클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저는 가끔 어릴 적 할아버지가 불러주시던 노래가 떠올라요.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하네


아름다운 꿈 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꿈을 꿔야 사는 것이라며 항상 꿈을 꾸라고 저에게 말씀하셨던 것 기억하세요? 노래 가사처럼 사랑하면서 서로 살아가자며 내 볼을 부비던 것도 저에겐 생생한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답니다.


할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저는 국제고를 꿈꿨고 이렇게 의젓한 국제고 학생이 되었답니다.


국제고 최종 발표 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예요. 그런데 하필 그날 할아버지 폐암 선고가 내려졌고 제 기쁨보다 할아버지 소식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항암치료받는 와중에, "잘했다."며 제 손을 놓지 않던 당신.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 항암치료를 그렇게 내 손 꼭 잡으며 웃던 당신은 제겐 항상 큰 산이셨습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와 할아버지 항암치료도 끝나고 영종도 저희 집으로 놀러 오셨을 때는 꿈만 같았습니다. 바닷가를 거니는 당신의 마스크 사이로 어릴 적 제게 불러주셨던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가 새어 나고 있었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맘으로 낯선 길 가려한다고...'


할아버지, 우리 그렇게 꿈꾸며 낯선 길 헤치며 살아가요. 지금은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지만, 분명 밝은 꿈 꾸며 삶을 사랑하다 보면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 오늘은 전국 노래자랑 보셨나요? 출연하는 사람들을 보며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잖아요. 여기 나온 사람들은 꾸미지 않고 행복해 보여서 좋다고...


할아버지, 힘내셔서 항암치료 잘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처럼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시는 분이니까 잘 극복하시라고 믿어요.


할아버지, 당신은 제게 희망과 꿈을 불어넣어주시던 든든한 버팀목이셨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고 당신이 있어 제가 설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당신의 손을 잡아드릴게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암과 싸워 꼭 이기세요.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히어로니까...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할아버지의 손녀 오남경 올림




2016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고등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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