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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0. 2022

보라색 나비

중고등부 장려상 - 임수민

To. 우리 작은 언니♥♥


언니, 안녕... 이렇게 안부 묻기에는 늘 함께 있고 가깝지만 그럼에도 표현하는 게 낯설고 어색해서 못했던 맘 속 얘기를 이 기회삼아 편지로 써보려고 해...ㅋㅋㅋ


언니로 인해 우리 가족과 '나'가 많이 달라졌지? 나는 그게 너무 고마워,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행복이 뭔지 느끼기 시작한 나한테는 이제 언니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언니가 나를 동생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위로해줬고, 사랑을 나눠줌에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우리 집에 나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자랑하고, 고민을 나누고, 공부에 재미도 느끼게 된 그 순간부터 무채색 같던 내 마음과 눈빛의 생기가 봄같이 하나하나 색깔이 입혀졌던 것 같아. 꽃 같은 나이란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달까?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나누고 언니처럼 엄마, 아빠를 부모뿐이 아닌 한 여자, 남자, 또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기 시작했어. 지금은 내 고민만이 아니라 남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긴 것 같아. 그 근거로 요새는 주말이 이 시간이 지나고 올 지옥 같던 일주일이 아니라, 주말로도 몸을 쉬고, 취미생활도 하고 행복해한달까!


주변에서 오랜만에 날 본 사람들은 얼굴이 폈다, 살이 빠졌다, 예뻐졌다, 밝아 보인다 등 나에게 있던 외적인 모습의 변화들을 알아봐 준다. 그런 칭찬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난 이 모든 변화가 결국엔 내 마음의 변화 덕분이라고 생각되더라. 그래서 더욱더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었어♥♥ 칭찬들을 들을 때면 '기억해뒀다가 언니한테,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해줘야지'하고 핸드폰이나 포스트잇에, 또는 손등에 적어놓고는 해ㅋㅋㅋ


아직은 내가 이렇게 밝아져도 될지, 행복해도 되는 건지 불안하고 걱정이 없는 건 아니야, 언니한테 울면서 말했던 것처럼 집에 잘 지내는 나의 모습을 말하기 시작한 후로 밝아야만 할 것 같고 예전처럼 슬픈 표정, 슬픈 고민들을 말하면 안 될 것만 같은, 내 마음을 속여야 할 것 같은 의무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어. 근데 언니한테 속 시원하게 말한 후로 '이건 진짜 행복해지고 밝아진 게 아니라, 행복한 '척', 밝은 '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고... 아무도 나한테 "넌 행복해야 해!!"한 적도 없었는데 혼자 집에 잘 지내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나 봐. 지금까지 못 그래 왔으니까. 나는 밝고 예쁜 '막내딸'이 아니라 그냥 '나'이면 되는 건데... 후...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정리하면 답이 나오는 고민을 하고 답이 나오니까 좋다. 옛날에는 그저 나 자신을 갉아먹고 내려 누르기만 했던 고민이라고 할 수도 없는 시커먼 생각만 했었는데ㅋㅋㅋ 이제라도 내 인생을 내가 살고, 즐길 수 있게 되고, 추억이 쌓인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


중학교 때 겁이 나서 못했던 방송부를 결국엔 지금 하게 되고, 여러 활동도 용기 내서 하고, 늘 내가 부러워했던 애들처럼 여러 선생님들과 사담할 수도 있게 되고, 내 주장, 내 생각이 생기고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모든 곳에서 내가 있는 느낌이야.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곳이 생기고, 내가 있고 싶은 곳이 생기고,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거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좋아!ㅋㅋㅋ♥


언니는 언니가 없어도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은 못하겠더라ㅎㅎ... 언젠가는 그렇게 되야겠지만 나는 이제야 알록달록 해지기 시작한 내 새 삶을 자랑하고 싶어. 아직은 하루만 언니가 집에 없어도 이상한 느낌인데... 사실은 언니가 9월에 복학하고 자취하게 되면 다시 그때처럼 우울해질까 봐 걱정도 돼... 그래서 더욱 학교에서 동아리도 많이 들고 나름의 준비를 한달까...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가 마법 같아. 동화 속 백마 탄 왕자님 같았어 언니가, 나한테는... 편지를 쓰다 보니까 생각들이 많이 정돈된다. 언니 덕에 하나하나 모든 것에 감사하고 겸손해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무엇이 그렇게도 불만이었던지... 


봄 햇살 한줄기 한줄기 너무 따듯하고, 꽃내음들은 너무 향긋하고, 하늘을 달리는 구름들 모양까지 너무 웃기고 새로워. 이제는 이런 것들을 보고 즐거워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거겠지.


내 삶에서 차단막을 벗겨주고, 생각하는 법,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언니 말대로 정말 '변태' 한 것 같아. 고통스럽고 너무 어둡고 죽음까지 생각했던, 외로웠던 길고 긴 번데기 기간을 보내고 이제 껍질을 벗고 나오는 거지!! 껍질을 벗고 나온 것이 예쁜 보라색 나비였으면 좋겠다.♥♥


언니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해. 언니가 내 언니라는 게 너무나 큰 축복이야. 집에 오면 언니가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언니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 소중해. 앞으로도 계속 서로 필요하고 의지하는 자매이자 친구였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사랑해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from.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사랑하는 막내동생 수민♥




2016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고등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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