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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0. 2022

할머니, 감사합니다.

중고등부 장려상 - 이정현

할머님께,


할머님 지난번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먼 순천에서 남양주 고모 집에 들르셨다 잘 돌아가셨는지요? 할머님 오셨을 때 저의 가족과 고모네 가족 그리고 할머님과 함께 식사하고 잠깐 얼굴 뵙고 고모 집으로 바로 돌아가셨기에 헤어짐이 아쉬워 이렇게 편지글을 보냅니다.


할머님과 함께 맞이했던 푸르던 신록 빛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이 나는 푸르른 오월입니다. 이 좋은 계절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요. 저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행사 중 기회가 되어 이렇게 할머님께 편지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할머님께 편지를 써본 적이 없네요. 물론 생신 때 누나와 생신 카드를 쓴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할머님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쓰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항상 변함없는 마음으로 저를 귀여워해 주시며 따스한 사랑을 주셨는데 전 할머님께 변변히 해드린 것이 없어 죄송스럽습니다. 초등학교 때 저희 집에 가끔 오시면 저와 화투 놀이도 하시고 구수한 사투리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시면서 떨어져 사시는 할머님과 추억도 생겼고 정도 쌓였습니다. 명절마다 가족과 함께 순천에 내려가면 언제나 맛있는 음식도 해주시고 따뜻한 마음 전해주셔 전 순천을 가는 날이면 언제나 마음이 들뜨고 포근해졌습니다. 아마도 순천에 가면 그곳에 따뜻한 할머님 마음이 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저의 생일이 다가왔을 때 어느 절에서 주지스님께서 덕담이 담긴 글을 보내 주셨을 때 전 깜짝 놀랐습니다. 그 기쁘고 반가운 카드가 저에게 전달된 연유는 할머님이 저를 위해 절에 가셔서 불공을 드리시고 시주도 하셨기에 온 걸 듣고 전 너무도 할머님 은혜에 감격했습니다. 전 할머님께 해드린 것이 없는데 이토록 절 생각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니 너무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가치가 할머님으로 인해 더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한 손자가 되겠습니다. 제가 할머님을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은 순천에 홀로 계시는 점입니다. 저도 이제 조금은 자라 청소년이 되어 어릴 때 느끼지 못하던 점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항시 가족이 그리워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아파옵니다. 저의 아빠를 비롯해 고모들 키우시며 오래도록 사시던 정든 집을 도저히 떠날 수 없는 할머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할머님 옆에 돌아가신 할아버님이 살아 돌아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고모집이나 저의 집에 오셔서 사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또한 형편과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해 안타깝습니다. 아빠나, 고모들이 자주 할머님 댁을 방문해야 하지만, 순천은 너무 멀기도 하고, 다들 도시에 직장이 있고 너무도 바쁘기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 점, 또한 안타깝습니다. 몇 해 전 할머님 건강이 좋지 않으셔 수술도 여러 번 하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요번에 뵈었을 때 수척해지신 모습 뵈니 전에 밝게 화장하신 모습도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래도 요번에 고모가 사주신 예쁜 옷을 입으시고 우리들을 향해 밝게 웃어주시는 모습 뵈니 참 기뻤습니다. 전 할머님 마음을 깊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도저히 그 마음은 잊을 수가 없기에 그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그날은 모처럼 우리 가족 모두 할머님 뵈러 순천에 가게 되었지요. 할머님은 저희가 찾아가니 너무 반가워 기뻐하시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할머님과 이곳저곳을 관광하다, 유명한 순천만 낙조를 보기 위해 저녁 무렵 아빠 차를 타고 그 넓고 확 트인 길을 가게 되었지요. 가는 도중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고 햇님이 구름에 가려지니, 행여 저희가 그 아름다운 낙조 빛을 보지 못할까 봐 전전 긍긍하시며 말씀하셨던 말이 제 뇌리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아따 저 구름이 왜 그런다냐... 해를 가리면 안 되는 디". "우리 아그들 봐야 하는디"하시며 할머님은 안 보여줘도 되니 제발 우리를 위해 구름이 사라지기를 바라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 말이었지요. 자식과 손주들을 향해 황혼 빛으로 붉게 물든 할머님의 마음은 어떤 빛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그날 순천만의 멋진 황혼빛은 보지 못했지만 우리 할머님의 마음은 우리들 마음에 깊이 남게 되었습니다.


할머님! 식사 잘 챙겨 드시고, 복지관도 열심히 잘 다니셔서 친구 분들도 만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씩씩하며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손주, 정현이도 건강히 열심히 학업에 충실해 좋은 결과로 할머님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2016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고등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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