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지한줄 Feb 11. 2022

어른이고 싶었던 '나'에게

중등부 장려상 - 문서연

어른이고 싶었던 ‘나’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요즘 창밖을 볼 때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과거의 네가 더욱 생각나는 것 같아. 다들 코로나 때문에 조금씩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잘 이겨내고 있어. 


사실 이렇게 연필을 들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 내가 나에게 쓰는데 왜 용기가 필요한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어. 그러나 나는 다른 대상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쓴다는 점에서 머뭇거렸어. 나의 단점이나 다친 상처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너와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거야. 지금의 나는 그저 조금 더 키가 컸고 조금 더 공부했으며 조금 더 살았을 뿐이지. 나머지는 그대로인데 과연 너에게 조언해 줄 자격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지. 그러다 문득 오직 나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건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거였어. 왜냐하면 너는 너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지 않거든. 슬픈 일이 있으면 혼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회복하려고 노력하잖아. 나는 너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너와 정확히 같은 경험을 하면서 같은 기분을 느낀 유일한 사람으로서 공감해 주는 역할이 되고 싶어. 


먼저, 나도 마찬가지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내 성격이 너무나 답답하고 초라하게 느껴졌었어. 친구를 사귈 때나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것이 남들에 비해 유난히 어렵더라고. 특히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았음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거야. 머릿속으로만 수없이 되뇌다 끝내 삼키고 말았던 짧은 시간이 무척이나 괴로웠어. 발표하는 것을 좋아했던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소심해져 버린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 그리고 그 경험은 나를 더 움츠리게 만들었고 상황은 점점 악순환이 되어버렸지. 너도 아마 기억날 거야. 잊을 수 없는 감정이었으니까.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너는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그 감정에 오히려 심취해버렸지. 슬픔을 더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그게 멋있다는 착각마저 들었어. 그러다 우연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서 그제야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 싱클레어가 ‘엉큼한 괴짜’ 역할이 마음에 들어서 더욱 그것을 과장하고 불평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간직한 채 고독 속으로 파고들었으나, 마음 밑바닥에서는 우울한 절망의 발작이 엄습할 때가 많았다는 구절처럼, 너도 그저 순수했던 아이가 타락한 어른이 된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가장 흔들리고 끝없이 헤매면서 나 자신을 찾으려고 했던 중학교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 고등학생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 때문에 다가오는 현실이 믿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라. 그땐 더 큰 파도가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꿋꿋하게 잘 버텨내고 싶어. 앞으로의 모습도 지켜봐 줘! 이만 줄일게. 수고했어.


2021년 8월 어느 날,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서연이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중등부 장려상

작가의 이전글 반짝반짝 빛나는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