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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대학생 이지현

고등부 장려상 - 이지현

To. 대학생 이지현


안녕 지현아? 막 20대에 들어서고 성인이 되며 혼란스러울 너를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마침내 삶의 가장 큰(이제까진) 목표인 대입을 마치고 반짝반짝 빛날 너의 모습을 보기 위해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견디고, 버티고, 방황하는 나로선 네게 사실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 


여러 말을 사작하기 앞서 내게 궁금한 것들이 있어. 사실 지금의 난 나의 목표로 두고 있는 것들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 다들 가슴 뛰는 목표를 정하라고들 하잖아. 그치만 나는 그 목표를 이루고 따라오는 부가적인 것들에 기대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어. 목표를 이뤘을, 혹은 더 나은 선택을 했을 네게 묻고 싶어. 지금 난 잘 하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면, 중학생 이지현도 고등학생이 된 이지현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것 같아. 나는 그 때 청학고에 너무너무 가고 싶었거든 그치? 고등학생 이지현에게 청학고를 기대했고, 그게 당시로선 가장 나은 선택일 것 같았는데 다시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겠더라. 그리고 중학생 이지현이 그런 말도 했던 것 같아, 고등학생이 되어 혼란스러울 네가 너만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어쩌면 지금 내가 네게 묻는 질문에 나는 이미 답을 들었던 것 같네. 돌이켜 보면 나도 많은 선택들을 해왔구나 싶어. 물론 그 중에 잘 했다 싶은 것들도 후회스러운 것들도 많겠지? 그래도 후회하느라 놓치는 것들이 가장 아깝다는 것 너도 알고 있잖아. 그 때의 내가, 네가 어떤 길을 걷든 후회하지 말자 그리고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궁금한 이야기는 얼추 마무리된 것 같으니 내 결핍에 대해 이번엔 말해보고 싶어. 사람이 완벽할 순 없다만 완벽하려 노력해 나아가는 게 삶이라 생각해 나는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며 나도 나의 여러 결핍들을 채우려 노력했잖아. 그런데 도저히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는 결핍들도 있는 것 같아. 너라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으로서 내가 이 결함들을 다루는 방법을 말해보자면, 나는 ‘될 대로 되라지. 흘러가는대로.’ 하고 두고 보는 것 같아. 더 어린 시절의 내가 몰랐던 방법, ‘그럴 수 있지. 다시 하면 돼.’라는 생각을 자주 하려 노력하는 것 같아.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상황을 두고 보는 거야. 그리고 여러 인용구들도 떠올리는 것 같아. 예를 들면,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거나 예술가는 조금 예민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스트레스 받아 할 수 있다는 말들, 조금 더 거칠고 험난하게 마음이 통할 땐, 잠깐 멈추고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하는 방법도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거야, 혹 내가 역설적이게도 나의 삶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한 치의 오점도 남기는 걸 버티지 못하는 것인지. 이 편지를 읽는 너의 생각이 나에게 닿진 않을 테지만, 혹여 세월에 씻겨 나간 네 생각들이 궁금해지거나 그 생각들로 하여금 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남기는 말들이야. 


마지막으로 네게 당부하고픈 몇 가지를 정리하고 나는 이만 가볼게. 우선, 수면은 너무 너무 중요하다.. 제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자. 그리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하지 마. 먼저 네 스스로를 더 사랑해보는 건 어떨까, 좀 더 관대해져도 돼. 스스로에게 관대한 것과 나태한 것은 다른 거 알지? 채찍은 조금 거둬도 된다는 말이야. 지현아, 사실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콧잔등이 조금 시큰거렸어. 스스로에게 서운한 감정은 좀 덜고 지금보다 널 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요즘 내가 꽂힌 글귀 하나 적어주고 나는 갈게.


“주님. 예기치 못하게 우리가 서로의 손을 놓치게 되더라도, 그 슬픔에 남은 이의 삶이 잠기지 않게 하소서. 혼자 되어 흘린 눈물이 목 밑까지 차올라도, 거기에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헤엄쳐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소서.” - 오월의 청춘 -


내가 지금 주저앉는 것이 계속해서 걸어갈 힘을 얻는 일이 될 수 있도록. 그동안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조급해 할 필요 없어.


From. 고등학생 이지현

2021.09.01. (수)


듣고 있는 노래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때껄룩 TAKE A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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