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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To.엄마에게

초등(고학년)부 장려상 - 박누리

To. 엄마에게


  엄마, 나 누리야. 올 해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햇빛 쨍쨍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어. 가을 하면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는 마음에 외로워지는 것 같아. 하지만 엄마와의 추억은 세도세도 끝이 안 날 만큼 많지. 엄마와 함께 핑크뮬리를 보러 여행갔던 날들 서늘한 가을바람에 맞추어 자전거를 탔던 기억도 나. 이런 행복한 추억들을 반추해볼 때면,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더 많아. 물론 엄마도 그렇지? 아픔에 잠겨있는 지금보다, 직장다니느라 힘들지만 자투리 시간이라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그 순간들이 더 그리워질 때가 있잖아. 아, 그래도 나는 이 아픔이 얼른 끝나 엄마와 여행할 수 있는 날들만을 기다리고 있어. 올해 여름, 우리 가족은 슬픔에 잠기고 말았어. 우리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하던 중 엄마가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수술을 하게 되었잖아. 희망만 묻어왔던 행복은 점점 흐릿해지고 우리 가족에게는 슬픔만이 남았지. 

 

  엄마, 의사 선생님의 말이 아직도 떠올라. 수술을 해야 한다고.. 입원을 해야 한다고.. 그 때 나는 엄마와 헤어져야 한다는 절망감과 죄책감이 나를 사로잡았어. 혼자 있는동안 눈물도 나고 외로웠어.. 아, 외로움보다는 엄마께 사과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쪼았지. 엄마.. 내게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했던걸까? 엄마가 내 곁에 계시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며칠 뒤, 엄마가 머물고 있는 병원에서 다시 만났을 때 내 수정같은 눈물은 갑자기 눈물바다로 변해버렸어. 내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다시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거든.. 칙칙한 환자복과 휠체어. 우리 엄마인가 싶을 만큼, 내 마음은 초라해졌어. 하지만 엄마 고유의 맑은 목소리와 따뜻한 마음. 엄마의 긍정적이고 환한 마음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서 위로가 되었어. 내가 울고 있을 때 왜 울어? 라고 묻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나를 반겨주었을 때. 그 때가 아직도 생각나. 많이 힘들고 눈물도 많이 흘렸을텐데... 그런 모습만 빼고 보여주려는 엄마의 모습이 때로는 미우면서도 안정이 됐어. 그리고 십일 후 퇴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엄마의 긍정적인 마음 때문일거야.

 

  엄마, 항상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미덕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엄청 초라한 것 같아. 엄마가 올 해 직장을 그만둔 것도 모두 나와 같이 있고 싶었던 마음 때문일거야. 하지만 요즘 엄마랑 같이 있기 싫다고 경계하고, 혼자 있으려고만 했을 때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내가 엄마 회사 있을 때 외롭다고 울고, 보고 싶다고 울고. 엄마는 이런 내 마음을 큰 그릇에 담아 결정한 거잖아. 엄마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이런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오직 하나의 숨결로 버텨나가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게 되면 꼭 엄마랑 좋은 추억 많이 만들거라고. 이게 내가 한 단 하나의 다짐이야.

 

  엄마,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나와 같이 미용실에 갔던 게 아직도 기억나. 엄마가 그랬잖아. “엄마 퇴원하면 같이 머리도 자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난 엄마의 이 한마디가 매우 와닿았어. 미용실에 가서 같이 머리도 감고 엄마와 내가 단발로 잘랐을 때 난 무척 행복했어. 엄마와 나만의 약속 같기도 했지. 엄마는 그때도 힘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뿌듯했을거야. 나랑 같이 살아갈 수 있어서.


  엄마,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는 과정은 엄마에게 많이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집에 들어오고 나서는 마음의 안정을 조금이나마 찾았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언제나 엄마를 위해 배려하고 배웅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거야. 엄마도 나 사랑하지? 그래도 엄마가 예전보다 잘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난 하루하루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

 

  엄마,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고 있어. 이번 여름은 엄마에겐 기나긴 슬픔이었겠지만 이번 가을만큼은 엄마랑 행복한 추억 쌓으며 보내고 싶어. 언제나 엄마가 내게 헌신적인 만큼 나도 엄마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일게. 엄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게 행복을 주고 있는지 엄마도 알지?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잖아. 언제나 엄마와 하나가 되듯, 마음의 접착제가 되어 엄마를 지탱해주고 함께 행복이 되어주는 누리가 될게. 그리고 이번에 자른 머리는 엄마와 나만의 사랑의 큰 씨앗이 되었으리라 믿어.


추신 : 엄마와 나의 우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어.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 난 시작할거야.


2022년 9월 13일

누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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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고학년)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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