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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Jan 20. 2022

미래의 송영진에게

고등부 은상 - 송영진

미래의 송영진에게


헤이. 송영진 오랜만. 이번에 편지를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쓰게 되었어. 솔직히 정말 적응 안 되고 매우 어색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적응이 될 테니까 한 번 마음먹고 적는 거 제대로 적어보고 후에 다시 편지를 보게 될 때의 그 시기를 생각하며 의미 있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편지를 남겨 볼 거야. 찢어서 버리지 말고 어디에 잘 보관해서 훗날 지치고 힘들 때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 쓴 특별한 이 편지를 다시 읽고 진정한 나 자신의 의미를 되찾아 멋진 미래를 펼쳐 나아가기를 고대하며 유쾌한 편지를 써볼게!


지금 생각해보면 너도 확실히 느낄 거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는 거. 과거를 생각하면 그때의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수없이 많이 느껴. 그러고는 후회하지. “내가 과거에 이랬더라면... 당당히 도전했다면... 그 실수를 범하지만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비교하지. 이 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걸 너도 알 거야.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무식하고 잘하는 것 없는 무능력하고 나약한 나 자신의 한 면만을 보면서 항상 힘들어하고 화나고 욕을 하던 그때의 내가 기억이 날 거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부정적이어서 그런지 삶에서도 똑같은 효과가 발생했지.


매우 힘들고 방황했던 시기는 초등학생 때였을 거야. 초등학생일 때 난 매우 자유분방한 아이였지. 항상 큰 꿈을 다양하게 꾸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하기 싫어하며 놀기에 바쁜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애였지. 근데 문제는 성격이었어. 지나치게 소심하고 지나치게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지나치게 무식하며 지나치게 마음이 여렸지. 항상 긴장하고 나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탓에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신세를 지는 어이없는 상황이 되었어. 남의 생각에 예민해서 괴롭히지 말라는 말 한마디도 못해서 늘 괴롭힘 당해왔고, 은근 잘 어울리나 싶으면 괴롭힘 당하고 몇 년간은 그래 왔을 거야. 지금 생각하면 가장 형편없는 시기였지.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이 와중에도 흥미를 느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림. 너도 기억하듯이 미술을 흥미를 가지고 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따라는 걸 알 거야. 어느 날 미술수업을 하는 도중에 소나무를 열심히 그리는데 선생님이 나를 보시면서 “너 미술에 재능이 있구나!”라고 감탄하시며 말씀하셨어. 그 뒤로 그림과 만화를 그리면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지. 수업시간에 맨날 몰래 만화를 그리다가 시험성적이 밑바닥을 치기도 했고, 도중에 걸려 혼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만화는 계속 그렸어. 친한 친구와 함께 서로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공유도 하면서 서로서로 배우고 지식을 쌓기도 했어. 미술만은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좋아하는 분야이었어. 그 후로 진로는 완전히 미술 분야로 가기로 마음먹었지.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되고 생활은 변함없이 똑같았어. 그냥 공부하고 친구들과 서로 어울리고 놀며 신뢰를 쌓아가던 기간이었지. 그래도 중학생이 되어서인지 생각을 보다 수준 있게 할 수 있기에 중학생 때는 초창기부터 못 보던 친구들과도 금세 친해지고 즐겁게 학창생활을 보냈어. 그래도 성격은 여전해서 가끔 놀림당하는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중학생 때부터 좋은 친구들이 생기면서 중학교 3학년 때는 나름 재밌고 즐거운 추억이 많았었지. 그동안에도 미술 방과 후에 참여해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생각이 아직도 생생하지. 미술에 대한 진로를 버리고 다른 진로로 갈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 그건 지금도 여전해. 그만큼 나에게는 즐겁고 흥미 있는 분야거든. 유독 경쟁심을 느끼는 과목 중에서도 최초지.


또 시간이 흐르고 흘러 곧 고등학생이 되고 여기서부터 나 자신이 변하기 시작했어. 원래는 똑같이 일반 고등학교를 갈 예정이었지만 어쩌다가 광양이라는 곳까지 와서 기숙생활을 하며 킹스 크리스천스쿨이라는 학교를 다니게 되었지. 솔직히 말하자면 오고 싶어서 왔어. 이곳만큼은 일반 학교와 달랐기 때문이지. 원래 학교에는 자기들만의 무리가 있기 마련이야. 서로 궁합이 맞는 애들끼리 모여 다니지. 하지만 그 속에 끼지 못해서 종종 홀로 있는 애들을 쭉 봐왔어. 만약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간다고 치면 그런 친구들은 위기에 놓이지.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이 학교는 그런 점이 전혀 안보이더라. 특히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 무리를 지어서 안 보이는 벽을 쌓는 것도 전혀 안보였지. 서로서로 잘 어울리고 매우 자유롭게 보였지. 대안학교라고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 이곳에서 졸업할 마음으로 오게 되었지. 내가 원했던 환경이었어.


그렇게 짐을 싸고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지내게 되었어. 위에서 말했듯이 이런 개방적인 환경에 있다 보니 나의 많은 단점들이 고쳐지기 시작했어. 전과 같으면 친한 친구들만 교류하고 지냈지만 이 학교는 좋은 친구들이 많았기에 친하든 안 친하든 선배든 후배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었어. 그 이유에서인지 상대와 교류하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자연스레 자신감이 형성되었지. 또한 전과는 다르게 이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수많은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당당해지고 용감해지게 되었지. 자신감과 자존감이 형성되며 더 이상 나를 낮은 수준으로 보지 않았어. 그러고는 이 질문을 했지. “왜 과거의 상처 때문에 자신이 망가져야 하는 거지?” “내가 꿈꾸던 모습은 그때의 모습이 아니잖아?” “그놈의 상처 때문에 무너져야 할 이유가 없잖아.” “강해져야 해!” 맞아. 다짐을 하게 된 거였어.


난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해. 내가 처한 환경이나 조건을 전혀 따지지 않고 잠시 동안만 말이야. 마치 영화를 보듯이 미래에 큰 꿈을 이루고 서밋이 되어있는 나 자신을 상상하지.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며 모두에게 찬사를 받는 나 자신을 말이야. 뭐 현재 환경과 조건과 능력이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해도 그렇다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이 생각을 할 때만큼은 뭔가 모르게 힘이 생기고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 내가 미래에 큰 인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기거든. 더 이상 옛날과 같이 꽁꽁 틀에 묶여 방황하던 내가 아니라 틀을 깨고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나 자신을 꿈꾸지.


앞으로 너에게 하고 싶은 충고가 있어. 지금 현재의 나의 당당하고 강한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자라는 충고야. 과거를 회상하면 하늘을 보지 않고 늘 땅만 쳐다보는 내가 생각나. 그만큼 나에 대한 확신과 기대가 부족했다는 뜻이지. 이제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그렇다고 과거가 무조건 상처이었다는 뜻은 아니고 그에 맞는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들도 수없이 많아. 정말 많지. 나의 가족과 나의 친구들과 그동안 만났던 좋은 사람들도 내게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어. 중점은 과거의 고되었던 그 시련을 굳게 이겨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아. 이로 인해 단련이 되었는지 지금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잖아. 지금 현재가 중요하기에 더 이상 과거에 속지 말고 머나먼 미래의 너를 보라는 뜻이 될 것 같아. 이 편지가 후에 다시 일게 될 때 힘이 되는 편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당당히 나아가는 사람이 되자. 힘내셈!


송영진이가




2021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고등부 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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