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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To. 나의 하나뿐인 아빠에게

청소년(고등)부 장려상 - 강예림

To. 나의 하나뿐인 아빠에게


  아빠. 나 아빠 딸 예림이야. 여기에 몇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내 속마음을 이야기해보려고해. 아빠한테 편지는 많이 써봤지만 내 속마음을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여서 아빠 마음을 울리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진심을 이야기해볼게.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 매일 일하고 가장으로써의 역할 하느라 돈도 제대로 못 쓰고 힘든 일은 많은데 말할 사람도 없고, 나는 아빠가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허튼짓하고 다니고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해. 미안하단 말도 너무 많이 늦은 것 같아서 쉽게 꺼내기가 미안하네. 


  내가 이곳에 오기 며칠 전에 아빠 생일이였었는데 그때도 간다간다 말만 하고 친구들하고 놀기 바빴어. 우리 가족끼리 다같이 앉아서 밥 안먹은지도 몇 년이 되가는데 매일 비어있는 내 방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 아빠의 소중함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반대로 행동했던 내자신이 너무 후회스럽고 미워. 내 마음대로 행동하면서 언제까지나 나는 아빠가 날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하고 이해해주길 바랬어. 아빠의 자리를 너무 당연하게 여겼어. 나로인해서 스트레스 받아도 화 한 번 제대로 안내다가 간수치가 점점 올라가서 쓰러질 뻔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새벽에 일하러 나가고, 아빠가 얼마나 혼자 힘들었을지 어쩌면 난 알고 있었으면서 외면했던 것 같아. 하나하나 다 적다보니까 내가 정말 못됬었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한 적 없어서 미안해. 아빠가 내가 이곳에 들어오고나서 나한테 편지로 우리집이 이런게 아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말을 하는데 아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고 아빠에게 처음 듣는 진심이 이 말이라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 


  예전에 아빠랑 나랑 교육 받으러 가서 서로 좋아하는걸 말하면서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하는 밸런스게임 했던거 기억나? 그때 선생님께서 아빠한테 왜 이걸 골랐냐고 물어봤을 때 아빠가 ‘딸이 좋아하는거여서요.’ 이러는데 아빠는 이마저도 내가 먼저구나, 아빠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날 더 생각해주는구나 이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나는 아빠가 너무 좋았어. 위탁에 있을 때, 엄마가 써준 긴 편지보다 아빠가 나한테 인터넷 서신으로 보낸 몇줄 안되는 그 글이 난 더 고맙고 계속 생각났어.


  법원에서 아빠가 처음으로 입을 열고 날 이곳에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내가 아빠한테 배신을 당한건가 하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어. 그래서 못된 말도 엄청 하고 아빠는 이제 날 믿지 않구나 이 생각이 들었는데 깨닫고 보니까 아빠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믿었기 때문에 이곳에 날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거였어. 여기 있는 시간은 힘들지만 내가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것들을 깨닫지 못했을테니까. 난 여기 온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자격증을 땄을 때, 전화기 너머로 아빠가 엄청 좋아하는걸 보고 자격증을 딸 때의 힘듦이 가시더라. 아빠 말처럼 나는 이곳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가 바라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훌륭하고 떳떳한 사람이 될거야. 그래서 아빠의 그동안의 고생과 상처들도 다 나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아빠를 받쳐줄 곳은 없었네. 이제는 내가 아빠를 받쳐줄게. 아빠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가 나한테 자주 표현하지 않아도 아빠가 우리 가족에게 진심인 것만큼은 누구보다 제일 잘 알아. 우리 가족을 위해 항상 고생해줘서 고맙고 18년동안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예쁜 딸로 키워놔줘서 고마워. 사랑한단 말로도 부족한 내 아빠. 제일 존경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아빠의 하나뿐인 딸 예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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