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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선한 영향력을 펼쳐준 교수님께

일반부 동상 - 고건국

선한 영향력을 펼쳐준 교수님께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잘 지내고 계시겠죠? 인생은 결국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법이니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게 지내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꼭 한번 찾아 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무엇보다 찾아뵐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8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실천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려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저는 교수님께 수업을 받았던 학생도 아니고 전혀 일면식도 없는 청년이니깐요. 다만 8년전 차량 접촉사고와 함께 군인이라고 말씀드리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실가요?그날은 제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7년만에 첫 차량을 구입해서 운전대를 잡은지 3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설레임에 겁도 없이 서울로 향했었고 넓은 주차장 공간 중 굳이 교수님 차량 옆에 주차를 시도했었죠. 그리곤 가만히 서 있던 교수님 차량을 매몰차게 긁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던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주차장에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CCTV가 있었고 도망가봐야 더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우선 차량에 있느 번호로 연락을 드렸었죠.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현재 해외에 계시니 문자를 달라고 답장을 주셨어요. 저는 사고 부분 사진을 찍어 보내며 제 신분은 현재 군인이고 이름, 소속, 계급 등을 밝히며 어떻게서든 보상을 해드리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때 저는 보험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사실 몰랐고 수리비 걱장만 앞섰었습니다. 봉급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닌 입장에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으니깐요. 그랬더니 교수님께서도 본인 소개를 해주셨고 당장 확인을 할 수 없으니 우선 조교를 내려보내 확인시키겠다며 너무 염려 말라고 하셨고 7월에 입국하니 그때 다시 연락을 주시겠다고 하셨었습니다.


  약 한달의 시간이 지났고 말씀해주신 입국 날짜까지 달력에 체크해둔 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려주신 입국 날짜가 지남에도 연락이 없으셔서 죄송스럽게도 ‘이대로 넘어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짐나 이대로 넘아가다 괜한 뺑소니나 다른 범죄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중 교수님께서 이런 문자한통을 보내 주셨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어제 입국해서 정신없답니다. 거의 10년 전 비슷한 사고를 내고 범퍼를 다 갈아야 한다고 30만원인가를 낸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좋은 차도 아닌데 흠집 하나 더 났다고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타고 다닐만 합니다. 나라 지키시느라 애쓰시는데 일찍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혹시 부담스러우시면 종이 팔고 다니시는 어르신이나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식사한끼 대접해드리세요. 하나님은 아실테니까요. 오늘 저는 차 세척하고 닦아주시는 어른께 수고비 좀 드렸더니 기분이 좋네요. ㅎㅎ 이 편지를 쓰는 동안 주차장에서 뒤를 들이받쳤네요. 이번엔 비싼 렉서스가... 세상 좋은일 한다고 물질적인 이익만 생기는 건 아니더라구요. 선생님께 문자보내는 중이었다고 그냥 보냈습니다. 행복하십오.


  저는 문자를 받고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곤 또 한번 죄송스럽게도 ‘수리비가 들지 않겠구나 다행이다.’란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물론 교수님의 문자대로 주변 어려운 분께 식사 한끼도 대접 못해드렸구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해보면 참 어렸던 것 같습니다... 비록 베풀진 못했지만 저는 교수님의 따뜻함과 선한 영향력만큼 잊지 않고 핸드폰을 3번이나 바꾸는 동안에도 문자를 보관하며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8년을 운전하는 동안 더 이상 제가 내는 사고는 없었습니다. 다만 저도 교수님과 같이 뒤에서 두 번 다치는 일이 생기더군요. 두 번 다 콩!하는 미비한 접촉사고였지만 사고를 내시고 당황해서 내리시는 여성분과 손을 벌벌떨며 핸드폰을 여는 남성분께 차량 상태만 보고 “눈에 띄지도 않고 이상 없는 것 같네요. 다치신데 없으시면 그냥 가셔도 될 것 같아요.”라며 제가 느꼈던 따뜻함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 속에서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교수님이 펼쳐주신 뜻밖의 선한 영향력은 아직도 제 가슴을 너무나 따뜻하게 하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진한 향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느낀 이 감정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그 따뜻함과 향기가 온 세상에 가득 퍼질 수 있도록 교수님처럼 선한 영향력 있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지금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감신대학교 박창현 교수님! 다시 한번 너무나 감사드리고 꼭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이 편지가 교수님께 마음 따뜻해지는 좋은 선물로 다가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오늘 하루도 주변에 선한 영향력으로 누군가에게는 힘이되고 가슴 벅차게 해주시는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8월 17일

교수님의 선한 영향력을 받은 청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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