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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감사한 주임님께

일반부 동상 - 조문희

감사한 주임님께


  주임님! 안녕하세요?

  기억하실런지요.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년이 지나 4년째 접어든 것 같아요.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늦었지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18세에 결혼해 33세에 홀로 되어 긴 세월 자식 위해 한결 같은 사랑으로 살아오셨던 저희 어머니. 제가 항상 주임님께 제 어머니 이야기를 했었죠. 학교 교문도 모르고, 배움도 없으셨지만, 현모양처의 본보기로 살으셨던 저희 어머니요.


  그랬던 친정어머니께서 치매에 걸리셨다는 말에 충격이었지만 생업에 밀려 뒤늦게 어머니가 계신 남동생 집을 찾아갔었어요.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엄마, 우리 집에 갈래?” 말 한마디에 동생 내외는 보따리와 함께 어머니를 저한테 떠맡겼지요.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사람도 몰라보시는 어머니가 저만은 알아보셨어요. 우리집에 오니 좋으냐는 물음에 환하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서로가 의지도 되고, 같이 있으니 좋았지만,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누워만 있어 답답한 어머니께서 기저귀를 빼내어 이불이며 옷이며 똥칠을 해 하루에 몇 번씩 이불을 빨며 울기도 하고, 고민과 두려움에 가슴 아파할 때 김경호 주임님을 만났지요.


  간호하는데 어려움은 없냐며 따스하게 위로해 주시던 주임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풀라고 잠시나마 외출도 할 수 있게 요양보호사도 불러주시고, 보선소로 하여금 기저귀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물품과 영양제까지 챙겨주시고, 보호자끼리 만나 서로의 정보도 공유하게 해주시고, 다과와 함께 상담을 비록해 여러 가지 교육도 해주셨던 주임님. 심폐소생술부터 환자 간호에 필요한 교육과 보호자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향초 만들기, 종이접기까지…….


  쓸데없이 건강보험료만 많이 가져간다고 늘 부정적이었던 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신경을 써주심에 진심으로 놀라웠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는 건강도 많이 좋아지셔서 걷기 연습도 하시고, 의사 표현도 하시며 잠시나마 행복해하셨지요.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오네요. 따스하게 다가와 주신 주임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렇게 장기요양부 같은 부서와 주임님이 있어 저처럼 어려움에 처한 환지 가족들에게 용기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도 하늘나라에서 감사함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그때의 주임님 덕분에 저는 오늘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대전시립중고등학교에 입학하여 62세의 만학도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주임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다시 뵐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2022. 09. 07.

주임님을 기억하는 조문희 올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일반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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