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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아랫집 선생님께

일반부 장려상 - 이윤재

아랫집 선생님께


  아랫집 선생님께!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의 윗집에 사는 이윤재라는 사람입니다. 엊그제 층간소음으로 불편함을 드렸던 점 우선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불편을 호소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에 꼬박꼬박 대꾸하며 대들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항의에 위층에서 잘못한 점을 알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는데 흥분하여 대들며 저항했던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사실 저희 부부는 선생님의 위층에 살지만 일년 내내 조용히 산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한 걸음, 한 발짝을 뛸 때도 뒤꿈치를 들고 걸었습니다. 텔레비전 소리는 물론이고 목소리까지 줄이며 살았습니다. 물건을 하나 내려뜨리면 아내도 저도 깜짝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아래층에 사시는 선생님께서 최소한의 소음으로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거기다가 애들도 다 나가 살고 있으니 우리 집은 절간과 같습니다. 


  그렇게 소심하게 생활해서 그랬던지 지금부터 5년 전 건강검진을 받다가 대장암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의 유명병원에서 수술을 한 후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나에게는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결혼을 해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식들과 만나는 때도 1년에 서너 번에 불과합니다. 우리 부부의 생일날, 그리고 설과 추석의 명절 때만 애들이 집으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암에 걸린 사실, 수술을 하고 투병하는 사실을 모두 숨겼습니다. 애들이 부모의 암 투병 사실을 안다고 해도 의사가 아닌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자식들이 부모의 건강을 걱정만 할 뿐이지 마땅히 힘이 되지 못한다면 굳이 알러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여보, 애들이 그런 중요한 일을 알리지 않았다고 서운해 하지 않을까요?”아내는 걱정을 했습니다."5년이 지난 후 대장암이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 얘기하면 괜찮을 거예요.”이렇게 우리 부부는 서로 위안을 삼고 정말 조용하게 살았습니다.투병기간 5년 동안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 검사를 받으며 가슴을 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려움을 겪으며 5년이 지나자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그 때가 바로 지난 해 추석 전 선생님과 다툼이 있었을 때였습니다.“이번 추석에 애들이 내려오면 우리가 지난 5년간 투병을 하며 겪은 일을 다 얘기합시다."그렇게 마음먹고 하루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암으로 죽을 것 같았는데 살아났으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완치판정을 받은 3주후 추석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애들 둘이 서울에서 손자와 손녀 넷을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내가 5년 전에 대장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한 결과 재발도 없고 전 이도 없이 완치 판정을 받았단다. 미리 얘기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애들한테 처음으로 그런 사실을 이야기하자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어찌 자식한테도 알리지 않았느냐고........ 그런데 그 터진 울음이 그치질 않았으니 이를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무척 난감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이제는 웃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제 아버지의 암이 다 나았다는 기쁨에서였겠죠? 거기에 다 넷이나 되는 손자손녀들이 제 어미 아비의 눈물에 같이 따라 울고, 웃었으니 아 마 아래층에는 무척 시끄럽게 들렸을 것입니다. 그런데다 손자들이 거실에서 뛰고 노는데 완쾌의 기쁨에 애들을 말리지 못했습니다. 애들한테는 무조건 뛰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네 놈이 뛰었으니 아래층에 엄청난 소음으로 작용했을 것이 뻔합 니다. 그런데도 나는 병이 나았다는 기쁨과 손자손녀의 재롱에 빠져 층간소음을 잠 시 잊었던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나기에 나가봤더니 선생님 이 서계시더군요. 순간 떠들었다는 느낌에 죄인이 되어 사과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저씨, 왜 이렇게 떠들고 뛰는 겁니까? 무식하게.......”

무식하다는 그 말 한마디에 저도 참지 못하고 따졌으니 결국 아래윗집이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아래윗집에서 층간소음으로 서로 언성을 높여 싸우다가 큰일을 저질렀다는 매스컴을 우리는 가끔씩 듣고 삽니다. 아마 그런 일은 아랫집과 윗집의 교감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날을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과 갈등을 접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 니다. 그래서 선생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도 한 잔 하며 유대를 갖고 싶습니 다. 얼마 전 경비 아저씨의 말을 들으니 선생님께서 부친상을 당한 것 같다는 이야 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오는 25일 금요일 오후 8시에 저희 집으로 선생님 부부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래 서 그동안 반목했던 점 사과드리고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예로부터 이웃사촌 이란 말이 회자되며 멀리 사는 친척보다는 이웃이 낫다 하지 않았습니까? 서로 이 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아래윗집의 이웃사촌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꼭 초 청에 응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2022년 8월 15일

위층에 사는 사람 이윤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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