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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Dec 22. 2022

강다현 선생님께

일반부 장려상 - 김진옥

강다현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에 선생님 반이었던 3학년 4반 만솔이 엄마에요, 작년 4월 선생님과 상담했을때의 그 육성이 여전히 귀에 울리는듯 하네요. 저는 늦은 발달의 아이를 둔 걱정이 가득한 엄마이고, 선생님은 느긋하게 받아주시는 젊은 선생님 이셨어요. 아이의 방과후를 기다리며 저는 학교앞 놀이터에서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었어요. 혹여나 잡음이 새어들어갈까 한손으로 폰을 쥐고, 한손으로는 폰을 살포시 가리었지요. 선생님의 한말씀 한말씀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선생님께 한걱정, 두걱정을 털어 놓았으니까요. 혹여나 저의 걱정이 아이의 흠을 탄로나게하는것일까봐, 오히려 책이될까봐 늦은밤까지 고민했었는데, 선생님께서 온라인 수업 중에 말씀하신 한 단어가 생각났어요. “선생님 별명은 거북이예요. 선생님은 거북이처럼 느리거든요. 거북이.. 그렇다면 이야기 해 볼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도움을 받고 싶었어요. “선생님 민솔이가 느려요. 성장이요. 말이 느리고. 사회성도 부족하고요. 선생님께서는 천천히, 조심스레, 푸근하게 말씀하셨어요. "네. 조금 느리지만 괜찮아요, 저도 느린걸요.” 그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버렸어요. 그리고 주책처럼 울먹이며 통화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4년반, 남편의 직장때문에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언어가 느려서 언어치료를 받던 아이가, 해외에서 또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더 언어발달이 늦어진것 같 았어요. 그런 아이가 다시 한국에 오면서 그 느림이 이떤 의미인지 아이와 제가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지요. 2학년 첫해.. 다행스첩제도, 코로나가 심해서 자주 만나지 못해 서먹 서먹 아이들과 지냈지만, 따로 엄마들과 알게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게 되었을때는 왕ㄷㆍ를 시키는 아이도 있었고, 무시당하기 일수였어요. 민솔이는 점차 그 광경에 익숙해졌고 지켜보는 저는 매번 초조하고 너무 걱정이 되었지요.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제가 부족한 부분을 가르칠 수 있었지만, 학교생활고 친구들관계는 제가 어찌할 방도가 없어 마음만 동동 애태우는 그때였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아이가 준비하면 좋을 것을 제게 하나하나 알려주셨어요. 천천히요. 나직히요. 그 과정 가운데서 저는 마음을 추수리며 힘을 얻어 나간 것 같아요. 어느 봄날 온라인 수업중에는, 여느때와 같이 저희 아이가 말을 더듬더듬 이어가며 천천히 질문하는데, 싫은 내색 없이 웃는 모습으로 대답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 학급내 친구들의 표정들... 급히 돌아가는 요즘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기다리느라 지친 모습이었어요. 저는 미안함에, 무안함에 얼굴이 발개졌죠. 저 또한 그 교실의 온라인 수업 선생님이었다면, 쉬는시간에 이야기하라고 할 법도 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저희 아이의 질문을 자르지 않으시고 차분히 들어주시고 대답해 주셨어요. 뭉클해서.. 가슴에서 목구멍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걸 느꼈어요. 감사예요. 감사해서요. 기다리지 못하고 다그치고 다그치던 제 모습이 생각나서 아이에게 미안해서요.. 그렇게 선생님께서는 저희에게 와 계셨어요.

 

  그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지요. 선생님과 온오프라인을 함께 생활하며 지내는 동안 저희 아이는 자유롭게 질문 할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생각을 정리하며 이전보다는 더 자연스러운 흐름과 속도로 질문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더 밝아졌고요. 반에 친한 친구는 별로 없었지만 저희 아이는 학교에 너무 가고싶어햇어요. 바로 선생님을 뵈려구요. 어느날 방과후 영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방과후에 가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죠. 그리고 민솔이에게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엄마, 강다현 선생님을 만나고 가느라 그랬어요. 선생님을 만나러 가면 선생님께서 나를 많이 반갑게 맞아주세요! 그리고 어떤 날은 마이쭈도 주시구요.” 그러면서 빙그레 웃더라구요. 일하시는 중에도 반갑게 반학생을 맞으시는 우리선생님... 사랑으로 품으시는 우리선생님... 저도 좋아서, 정겨워서 아이와 함께 배시시 웃었어요.


  선생님! 지난달 초에는요, 저희아이가 반 친구들과 주공9단지 놀이터에서 만나 놀기로 햇다며 나갔어요. 그렇게 친구들과 노는 약속을 잡기는 처음이었어요. 4학년이 되어서는 반 친구들중 친해진 아이들도 하나둘 생겨났어요.


  최근 그 학교앞 놀이터에서 저희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을때에요. 학교 엄마 몇분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계셨지요. 주된 이야기 내용은 반 아이중에 ADHD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 때문에 수업에 많이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니, 그러하니, 그런 아이들을 분리해서 별도의 반을 만들어 그 어머니들의 아이가 수업에 방해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어요. 무언가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이런 환경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이 다름과 부족함과 성장중임을 인정하시고 웃으며 느긋이 기다리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갚지고 감사한지 몰라요. 한명 한명의 아이들 귀에 대고 속삭이듯 때로는 여러 아이들 앞에서 칭찬하시고 응원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응원해요.


  얼마전 학교 현수막 공모전에서 저희아이가 금상을 받았어요. 선생님을 생각하며 작성한 현수막 문구였어요. “ 참 따뜻한 응원 감사해요. 한마디 한마디가 저희를 밀고, 끌어줍니다.“


  감사해요. 사랑해요. 응원해요. 참 귀한 우리 선생님


2022. 6. 2. 민솔엄마 드림




2022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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