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지한줄 Oct 25. 2023

사랑하는 할머니께

청소년(고등)부  장려 - 이지민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지민이에요. 오늘 학교 국어 시간에 열린 편지쓰기 공모전을 빌미로 할머니께 할머니와 함께했던 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다시 되씹어 보며 쓰려고 해요. 할머니 저는 어려서부터 엄마·아빠가 일로 바빠서 할머니 댁에서 살다시피 한 것 같아요. 항상 유치원 창문에서 해가 지려고 할 때쯤 멀리서 보이던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이 나요. 할머니와 손을 잡고 주황빛 하늘 아래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면 저는 세상에서 제일 안정되고 행복한 아이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집 가는 길에 있었던 붕어빵집에서 붕어빵을 잔뜩 사고 양손 가득 쥐고서 먹었던 장면은 지금까지 붕어빵을 사 먹을 때도 생각이 나요. 할머니 댁에 들어가서 할아버지가 사주신 곰돌이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와 배고픈 마음에 우다다 달려가서 빨리 밥을 먹고 싶다고 보채면 주금만 기다리면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만들어 주신다며 웃으시던 할머니 눈주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랑 함께한 그 순간은 저에게 다시는 오지 못할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할머니와 한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비몽사몽으로 거실로 나가면 웃으며 안아주셨던 할머니의 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누구의 품보다 편안했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 곁에 있는 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순간들을 떠올리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그 순간으로는 다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조금 더 자란 지금의 저는 이 순간에 할머니와 더욱 행복한 추억을 쌓을 거예요. 저에게 가장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주신 할머니. 이제는 제가 할머니께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드릴게요. 사랑해요. 

작가의 이전글 송광석 선생님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