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장려-김경옥
아버지! 며칠 세차게 내리던 여름비가 그치고, 오늘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걸려있습니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올해 무더위에도
큰 병 없이 꿋꿋이 잘 견뎌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망백(望白)을 지나 아흔 중반이신 아버지!
지금도 멋지시지만, 젊었을 때 말씀도 잘 하시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분이셨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래 혼자 조석을 챙겨 드시는 아버지께서
외로움에 눈물짓고 계신 건 아닌지, 간밤의 천둥 번개 소리에
잠은 잘 주무셨는지, 늘 안부가 궁금한 딸 아버지께 못다한 말
편지를 써서 올립니다.
아버지의 큰딸인 저도 두 아들 장가보내고 손녀까지 보고 나니 제가 할
큰 숙제는 다 마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제 인생은 새로워지고
더 건강하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제 곁에는
저보다 더 젊고 건강하게 사시는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백세가 지날때까지 돌보려면 제 자신이 건강해야 하니까요.
손자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들려주시고, 증손녀 예쁘다고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안아주시는 모습 참 행복한 그림입니다. 큰딸인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네가 잘 돼야 동생들이 잘 된다." 그 말씀이 제게 부담도 되었지만
열심히 사는 힘과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어제 아버지와 만나 회덮밥을 한 그릇 다 비우시는 모습을 보니
문득 옛 생각이 납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바닷가 소도시였잖아요?
매일 싱싱한 생선 반찬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몸이 약했는데도 이른 새벽에 어판장에서 펄떡떨떡 뛰는 생선을
사 오셨어요.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생선국을 끓이고, 굽고, 지지고 맛있는
음식을 해주셨지요. 어느날 아버지는 마당의 수돗가에서 도다리회를
썰어주셨는데 참 정겨운 그림처럼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어린 도다리는
뼈째 먹으면 참 고소하고 맛있었지요. 아버지는 드시지 않고, "꼭꼭 씹어 먹어라"
하셨지요.
아버지!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제비새끼처럼 부모의 사랑을 받아먹고 자란 우리들은
이제 각자 다른 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고 있습니다. 때로 형제들 도움의
손길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저라도 아버지 가까이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 여깁니다.
제가 몸도 약한데 동생들 데리고 서울에서 대학다니고 직장다니고 또 결혼 후 시댁에서
사는 것을 보시고 늘 아버지는 걱정하시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일찍 고향을 떠나
사느라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 이제라도 아버지 곁에서 자주 얼굴 보고 살라고
주어진 지금의 시간이 참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집니다.
아버지! 부디 오래 오래 저희들 곁에 계셔주세요. 저랑 막내 여동생 몸 약하다고,
우리가 살쪘다 하면 제일 좋아하시는 아버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께서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베풀어주신 은혜와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를 기도 드리며 아버지를 사랑하는 큰딸 올립니다.
2025년 7월 21일
경옥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