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장려-임혜숙
지민아!
요즘 학교생활은 어떠니?
오늘도 긴 수업시간 무슨 내용인지 모른 채 선생님 얼굴만 쳐다보고 왔겠지만
매일 보는 너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구나.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리고 날씨가 더워서 학교 다니기 힘들지?
필리핀에서 온 네가 더운 날씨는 익숙하겠지만 습도가 높아
활동하기가 힘들 것 같구나.
"지민아 학교 친구들은 어떠니?"
"괜찮아요 좋아요"
어떤 질문을 던져도 늘 한결같이 긍정적인 대답으로 나를 안심시켜주는 너.
이제 겨우 한국 생활 3개월 차인 지민이가 정말 대견하게 한국 생활을
잘 적응하고 있어서 선생님이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쓴단다.
꽃피는 따뜻한 봄에 너를 만났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지민이는 순한 얼굴에 잘 웃어주었지.
한국에서 가정생계를 책임지시는 엄마와 17년 동안 떨어져, 투병 생활 중인
아빠와 필리핀에서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이제는 엄마의 함께
살고 싶어 한국행을 선택했던 어느 봄날.
다문화센터 한국어 선생님인 나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네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사용하고 반싯과 룸피아를 자주 먹으며, 친구들의
생일파티로 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필리핀 생활을 포기하고
이제는 가나다 한국어를 배우며 매일 매운 김치가 나오는 급식을 먹고
무엇보다 여기 한국에서는 필리핀처럼 파티를 많이 하지 않지.
한국생활을 오래 하셨지만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대신해서 선생님은
참 많이 바빴단다. 너를 집 근처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 측과
상담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 하지만 학교가
친절하게 배려해 주시는 모습에 '지민이가 참 복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단다.
무엇보다 매일 영어로 너에게 학급 공지사항을 보내주시는 담임선생님과
너를 멘토해주는 승주라는 친구의 고마움도 절대 잊으면 안 될 거야.
6월에 실시한 전국모의평가 점수를 들고 와서 선생님과 크게 한바탕
웃었던 기억나지?
영어 23점 국어 8점 수학12··· 성적표에 표기된 숫자의 아이를 선생님이
너에게 설명해 주었을 때 너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참이나 크게 웃었지.
당연할 거야. 필리핀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선생님은 네가 답안지에 이름을 제대로 쓰고 점수를 얻었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기뻐 웃었어.
그래 이렇게 한 걸음씩 적응해 나가는 거야.
지민아.
혹시 생텍쥐베리의 '어린왕'라는 책을 읽어본 있니?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단다.
"나는 수많은 여우 중에 하나야. 하지만 너와 내가 친구가 되면
나는 너에게 특별한 여우가 되는 거란다"
선생님에게는 지민이가 수많은 학생 중에 한 명이지만 '필리핀별'에서 온
지민이와 '한국별'에 살고 있는 선생님이 만나 특별한 친구가 되고 있는 거지.
서로에게 길들여져 특별한 관계를 꾸준히 맺어가며 우정을 쌓고 있지.
지민아!
결크 쉽지 않겠지만 우리 멋지게 해내자.
한국 국적, 한국사람인 네가 집안 사정으로 필리핀에서 지내게 되었고
지금은 한국의 모든 것을 낯설고 신기해하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선생님은
앞으로 네가 개척할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무한한 응원을 할 거야.
매일 만나 한국어를 공부하는 그 시간이 우리가 서로에게 길들여져 가는
귀한 시간인 거야.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듯이 서로 진심으로 마음을 이어가면
머지않아 선생님이 쓴 이 편지도 번역기나 통역없이 지민이에게 선생님의
마음이 잘 전해지는 그 날이 오겠지.
이제 곧 시작되는 여름방학에는 너의 서울여행을 계획하고 있단다.
아마 한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큰 기대해도 좋아.
지민이를 만나 선생님이 참 행복하다
너에게도 행복을 찾아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고마워! 대견하게 잘 견디고 있어줘서.
2025년 7월 17일
다문화센터 한국어
임혜숙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