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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힘내라! 대한민국

청소년(중등)부 장려상 - 이수영

학교 가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16세 A에게

     

안녕?

어딘가에 있을 친구 A야. 나는 대구에 사는 이수영이야. 봄꽃들이 피고 지고, 이곳은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 뉴스를 통해서 보았겠지만, 대구는 큰 회오리 속을 지나왔어. 도시가 적막 속에서 앰뷸런스 소리만 들리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낀 채로 천천히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야. 처음엔 개학이 연기되어 내심 좋기도 했었어. 그런데 그 마음이 나빠서였을까. 봄이 다 지나도록 학교를 못하고 있네.

     

대구의 첫 환자가 우리 학원 옆 병원에서 나와 학원 앞이 앰뷸런스로 꽉 찼을 때, 정말 놀라고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야. 아마 어른들도 모두 무서웠을 거야.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바로 그 도시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잔뜩 움츠러들게 했어. 그래도 일 이주일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상황은 날로 안 좋아지기만 했고, 뉴스에선 계속 암울한 소식이 들려왔어. 그런데, 늘어나는 환자 속에서 희망의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의료진들이 대구로 달려와 주었고, 정부는 함께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어. 확진을 받고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자 경증 환자들은 각종 시설에 수용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났어. 우리 집 앞엔 마스크 몇 개가 놓이기도 했어. 거리에선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볼 수 없었고, 가는 곳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되었어. 사람들은 모두들 조용히 서로 돕고 조심했지. 나는 그 시간을 보내며 ‘우리 민족은 고난과 역경에 강한 민족이다’라는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났어. ‘나라는 우리가 지킨다.’는 민초들의 정신. 사진으로만 보았던 ‘금 모으기 운동’, ‘태안 기름 유출 사건’처럼 고난이 닥치면 너나없이 모여들어 일을 해결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이번에 실시간으로 직접 봤지 뭐야. 그래서 뉴스를 통해 작은 힘들이 모이는 소식을 볼 때면 울컥울컥 감돌이 몰려오곤 했어. 마스크가 부족하자 재봉틀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만들었고, 의료진을 위해 도시락과 빵을 만들고, 꽃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생겨났어. 건물주는 임대료를 깎아 주었고, 마스크를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자는 운동도 생겨났어. 내 주위에 있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본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이 전염병을 잘 통제한 우수 모범 국가가 되어 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마음이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너도 어딘가에서 그런 마음을 함께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이 상황을 겪고 보내며 꿈이 생겼어. 외교부의 해외 홍보 부서에서 일하는 거야. 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멋지게 홍보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재난의 상활에서 눈에 띄지 않던 조용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너도 나처럼 꿈이 새로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학교는 오래된 벚꽃이 한 아름 피어나는 아름다운 교정을 가지고 있어. 개나리가 지고, 벚꽃이 필 때면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연례행사처럼 하던 사진 찍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은 못하게 되었어. 학교는 혼자서 계절이 변하고 있겠구나 싶어. 얼마 전에는 아직 얼굴도 못 뵌 담임선생님께서 교실 사진이라며 사진 몇 장을 올려주셨는데, 주인을 기다리는 책걸상만이 고요히 교실을 지키고 있더라. 학교가 너무너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어.

      

엄마 아빠조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나는 중3이 되었지만, 우린 몰랐던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을 거라고 생각해. <코스모스> 책에서 칼 세이건 이 “우린 해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라고 한 것처럼 우린 결국 해답을 찾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함께 학교에서 뛰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올 거야. 그 시간이 생각보다 더디 올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저력이 우리 피 속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본 이상 너도 나도 우린 강하게 그 시간을 견뎌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곧 학교에서 만나자!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길 바랄게! 안녕.

     

2020.05.08


대구에서 너의 친구 수영이가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중등)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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