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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작아진 세상에 힘들어하는 그대에게

일반부 장려상 - 김혜진 

작아진 세상에 힘들어하는 그대에게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혹시 꽃은 피고 지고 바람은 흘러가는데 당신의 시간은 멈추고 발 디딜 곳은 작아져 간다고 느꼈나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비유하듯 삶은 예상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처럼 말이죠. 저에게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의 시간이 있었어요. 사뿐히 꽃잎에 내려앉는 나비처럼 병마는 찾아왔어요. 31살 저는 암 판정을 받았어요. 육체의 연약함은 저를 외롭게 만들었어요. 제가 격리실에 갇혀있을 때, 또래의 친구들은 인생을 노래했어요. 어떤 이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어떤 이는 청춘을 만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죠. 저는 앙상해진 육체를 침대 위에 맡긴 채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려 뜨며 죽음의 그림자를 향해 눈짓하였어요. 항암치료를 견디기 위해서 음식을 욱여넣고 다시 게워내는 그 처절한 생존의 바퀴 아래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느껴졌어요.      


하지만 시간의 법칙은 변함없이 흐르죠. 밤이 무르익은 후에는 언제나 빛이 태어나는 것처럼요. 그 어떤 시간을 보내든지 이것이 지나갈 것이라 믿고 소망의 씨앗을 심었어요.     


눈물 골짝을 통과하는 나의 삶의 여정 속에서도 반짝이는 샘물을 찾았답니다. 시간이 지나자 새 살이 차오르고 머리카락도 다시 자랐어요. 코로나로 인해 누군가는 환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몸을 낮춘 채 지내기도 하지요.      


변해버린 일상에 마음 둘 곳을 잃었나요? 지난날의 저처럼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홀로 눈물 흘리고 있나요? 꽃은 피고 지고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의 세상은 작아지고, 시계는 멈춰버린 것 같이 느껴지나요?     


당신의 시간이 멈추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잠시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당신을 위한 작은 쉼표라 생각하게요. 당신의 마음에 휴경기를 선물에 주세요.      


당신은 잘 견디고 있어요.     


가끔 씨앗이 싹트기 위해선 흙 속에서 썩어야 하는 고통이 필요하기도 한답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봄은 잃어버렸지만, 비옥해진 당신의 마음에 희망의 봄이 필 것 이에요.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이 당신의 가슴속에 꽃으로 피기를 바라며 

2020년 5월의 마지막 날에

김혜진 올림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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