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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Feb 11. 2022

대구 칠성야시장 샌드위치가게 사장님께

일반부 장려상 - 서혜영

대구 칠성 야시장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께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대구 서구 쪽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예요.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 올리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다 쓰네요.     


지난 2월 말, 대구는 갑자기 불어나는 코로나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지요. 저와 같은 엄마들은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집에서만 있느라, 사장님과 같은 상인들은 얼어붙어버린 시장경제로 말이지요. 그중에서도 지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겪는 고생은 얼마나 심했습니까. 땀에 흠뻑 젖은 옷이며, 마스크와 고글로 고운 얼굴에 상처가 났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좁은 휴게실에서 대충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지요.


그런데 그 뉴스 뒤에 더욱더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소식은 바로 의료진들을 향한 대구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사장님께서 정성껏 샌드위치를 포장하시던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답니다. 사장님의 상황 넓은 마음, 그리고 속 좁은 제 자신까지 생각하게 되었지요...

     

사장님은... 장사가 전혀 되지 않았잖아요. 그 당시엔 개미 한 마리도 대구의 재래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니요. 기약도 없이 장사를 접여야만 했잖아요. 월세, 전기 수도세, 인건비... 모든 게 막막하고 두렵지 않으셨나요? 한 푼도 벌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한숨만 나오던 그때가 아니었던가요.  어떻게 그런 불안 속에서 남을 생각하실 수 있었나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서 샌드위치를 만드실 수 있었나요.

     

제가 사는 곳은 대구의료원에서 멀지 않아요. 평소 그 근처 공원으로 산책도 자주 나갔지요. 그런데 코로나 환자들이 그곳으로 입원하면서부터 그쪽은 쳐다보기도 싫은 거예요. 그냥 생각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다섯 식구 세끼 밥 차리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과부하가 걸렸던 것일까요. 저는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사장님께서는 제가 보지 못했던 의료진들의 수고와 땀을 보셨소, 그들의 휴식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꺼이 샌드위치를 만드셨어요. 깊은 시름을 떨쳐버리시고 타인을 위하여 내 시간, 내 물질, 내 재능을 기부하셨어요.     


사장님. 저 역시 그날 사장님의 샌드위치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마음으로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위기와 고난 중에서도 내가 아닌 남을 먹이는 구원의 손길... 그 선한 마음을 기억 속의 샌드위치로부터 공급받아요. 내가 힘들 땐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고, 내가 여유가 생겨서 정신이 들면 그땐 내가 남을 먹여야 할 차례라는 것을 사장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사장님. 요즘은 좀 어떠신가요. 장마가 지나고 나면 온누리 상품권 들고 야시장에 가 볼게요. 사람 냄새나는 그곳에, 사람이 사람을 돌아보는 그곳에, 인생 교과서 한 권 사러.... 꼭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경기가 좋지 않아서 안녕하시냐는 인사도 송구한 요즘이지만,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은 경기를 타지 않으리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하여 인사드려요. 참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2020년 6월 말. 다둥맘 드림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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