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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고양이 Mar 29. 2017

노숙인이기보다는 자유인

Do not be surprised~lady






하와이에도 매서운 날씨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은, 내 생애 처음 캠핑을 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으스스한 바람이 불고 부슬비가 쏟아지던 저녁, 하필이면 그 날 나에게 큰손님(?)이 왔습니다. 여행 때마다 변비에 시달리곤 했는데... 다행히 난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분의 호의를 받으며 화장실로 향했지요. 하지만 여자 화장실부터는 모든 일들은 나의 몫이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화장실로 들어선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컴컴한 캠핑장 화장실에는 비바람을 피해 여럿의 노숙인들이 그곳에 있었고, 심지어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던 엄마도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그들에게 너무나 큰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실을 들어갔어야 했는데... 나는 그들을 겁먹은 강아지처럼 멈춰 서서 한 참을 쳐다보고만 말았습니다. 그런 나를 향해 그들 중 한 사람이 내게 말했습니다.


Do not be surprised~lady

Here's safe zone


걸쭉한 남자 목소리였습니다. 요란스러운 여성의 옷을 입은...

그리고 모두들 내게 인사를 한 후 그들은 자신들만의 대화로 나를 편안하게 해주려 무던히 애를 썼습니다. 이성이 돌아온 후 조용히 화장실을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떠들어 줬지만... 결국 나는 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와이에는 노숙인들이 참 많습니다. 얼어 죽지 않기 때문에 편도로 미국 본토에서 많이 보낸다고 듣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들을 노숙인이라기보다는 자유인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하와이 원주민들이 많다는 사실도 아직도 내 마음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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