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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시 Aug 29. 2023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어쩌면 나는 친정을 초대하고 싶지 않다

이 집 안 좋아. 돈이 줄줄 새겠어.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너희 집 항아리가 구멍이 나서 계속 부어도 채워지지 않더라. 이 집 때문이겠어.


처음 신혼집에 친정엄마가 왔을 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우리 집을 잘 오지 않으셨다.

어둡다 등등의 이유를 말하셨다.



얼른 이사가 이 집이 아니더라도 다른데라도 아이와 너희를 위해서

70일 된 아이를 안고 폭우로 인해 역류되어 거실로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울고

몇 달 뒤 또 폭우로 인해 창고에 김치냉장고가 잠겨서 울었을 때

언니가 해주었던 이야기였다. 



친정집은 빌라였지만 햇볕이 잘 드는 빌라였고. 역류 문제가 30년 동안 없던 빌라였다.

난 그래서 빌라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빌라던 아파트던 어떠냐.

같은 평지에 3층까지 밖에 없는 빌라가 더 부자이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친정집 빌라가 특이한 옛날에 지어진 햇볕이 잘 드는 빌라였던 것이다.

요즘 빌라는 조망권이 보장되지 않아.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집은 내가 7년 살면서

폭우로 인한 역류가 3번.

그 외 창고 역류 3번

누수가 1번

싱크대 호수 연결부 문제로 2번

물과 관련한 사고가 많았다.


그리고 햇볕이 들지 않고

빌라 간 간격이 없어서 맞바람이 치지 않는다.


집 관리할 줄도 몰라서 누수 및 역류 후 통풍을 제대로 시키지 않아서

아이를 곰팡이가 잔뜩 핀 안방에서 키웠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지금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난 역류할 때마다 울었다.

그 역류는 나의 가난함을 이야기해 주었고

그 가난함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잠겨버리는 물건처럼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언니는 이사를 하라고 했다.



돈이 있어야 하지



남편은 때마침 코로나로 3년 가까이 일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집은 계속 역류했다..

이사 가자고 해도.. 그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겠냐며 우리는 이사의 마음을 접었고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결국 시댁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사를 하게 된다.



나도 이 집이 지긋지긋 싫지만...

이 집 얼른 떠나야 해.. 구멍 난 항아리야 라고 말한 엄마와 언니가 미웠다.

나를 생각해서 한말이고... 이 말에 상처를 받았다면 무슨 말을 하고 사냐! 싶지만..

그냥 나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었다.

언니가 나의 남편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계속 받아온 것처럼..

상대가 원치 않아도 상처가 되고.. 의도치 않아도 상처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처를 묵상하는 것은 나의 선택인 거고 그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건 내가 알아야 한다.


계산이 빠르고 아파트만 살았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집 좋네!라고 했던 그 말이.. 지금 돌아봐도.. 참 고마웠다.

그렇더라.. 같은 편.. 거는 욕하면 안 되더라.. 아직 이 집은 우리 편이라 욕하면 난 싫은가 보다.


난 우리 집 이 빌라가 정말 좋았는데..

여러 번의 물사고로.. 이 집이 부끄러워졌고..

이 집은 어둡고 별로라는 말들에.. 그 이후부터.. 더 이상 이 집엔 누구도 초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좋은 집들을 놀러 다니면.. 아.. 우리 집이 안 좋은 집이구나... 인식하며 초대하지 않게 된듯하다.



딸 넷인 목사님

우리 결혼식 때 주례해 주셨던 목사님 댁도 빌라였다.

그런데 그 집은 좋았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았고 넓었다.

햇볕? 역류? 문제 있었을 수 있는데

그 집에 있는 그 가정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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