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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시 Jul 27. 2022

그래, 이 사람 따뜻한 사람이잖아

남편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가 모기 알레르기 때문에 깨기도 했고

그 와중에 저녁부터 아팠던 배란통이

새벽엔 더 통증이 생겨서 약을 먹어도 배가아파서 부여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이 깨버려서

새벽2시쯤 핸드폰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잠이 못드는 나를 보더니

자기에게 오라며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여주었다.


토닥이니까 잠이 안왔다.

자라고 토닥여주는데 토닥이지 말라기도 그렇고..

근데 따뜻하게 팔베개를 받으니 잠이 좀 오기 시작했다.


고마웠다.

너무나





난 남편이 잠이 오지 않아 깨있으면

난 갈구었던 사람이다.

새벽에 또 깨서.. 티비나 보고 인터넷 서핑이나 하고..

그러니 아이 재울때 너무 졸려하지

그러니 아이와 함께 늦게 일어나지

이렇게 판단하는 사람이였다.



결혼후 약 5개월뒤 난 퇴사를 했었다.

회사가 월급을 밀리기 시작했고 내 자리가 스스로 보기에 일이 없고

퇴사하는게 회사에게 도움될것이라 느꼈기 때문이였다.


아무 준비없는 퇴사로

한달 쉬고 세무쪽 배운후 취업시도를 하는데

생각보다 취업이 너무 안되었다.

실업급여 마지막까지 다 타먹을줄 몰랐는데..

막바지까지 취업이 안되어서

너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다.


그때 남편은 그랬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투잡하면 되지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잘 구했으면 좋겠어.


그말..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너무 고마웠다.

난 남편이 취업 못하고 있으면 갈굴것 같았기에 더 대단해보였다.

나에게 남편의 마음은 은혜였다ㅎㅎ




코로나로 남편이 일을 꽤 쉬면서

난 그 은혜를 기억 못하고 갈구면서 살았다.


왜 이것도 준비 안해

왜 이런건 안해

이거 안할꺼면 이거라도해

남들 다 하는데 왜 당신은 이것도 안하고 도전하려 하지 않아.


수많은 판단의 말로 남편을 괴롭히고 있었다.

가장 힘든건 남편일텐데..


재촉해야 힘을 내지 않겠냐며

그리고 나의 분풀이 대상으로



새벽에 남편의 토닥을 받고

참 설레기도 하고 고맙고

내가 이사람과 결혼한 이유

나를 판단하지 않고 따뜻한 사람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였어서 결혼한것이였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딸에게 아버지가 결혼 이야기를 할때

결혼을 결정하는 수많은 이유중에 한가지를 딱 하나 얘기할때.. 그 한가지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결혼하라'였다.



남편은 그 한가지.. 충분히 충족하는 사람이다.

그 외에는.. 말해서.. 긁어부스럼..ㅎㅎ


그런 따뜻한 남자였기에

난 결혼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감정기복 심한내가..

남을 의지하는게 강하던 내가

스스로 조금씩 격려하며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은 그로써도 충분한 사람인데

나는 너무 완벽을 갖다대고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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