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강의안을 만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름 체계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심심할 때마다 강의안의 한 파트를 한 꼭지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기획, 구성, 연출 등등 다양한 범주 안에서 걍 자유롭게... 오늘은 그 첫번째)
영화에서 장르라는 말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내가 파악한 바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1) 정형화된 패턴에 따라 구분하는 이야기의 범주
(2) 감상자가 어떤 감정을 많이 느끼는지, 혹은 경험을 주로 하는지에 따라 구분하는 이야기의 범주
그런데 (1)과 (2)는 서로 무관하지 않다.
한 예로, 어린이나 청소년이 특별하거나 신비로운 계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면 그걸 어드벤처 장르라고 부르고,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야 하기에, 용기, 친구들과의 끈끈함(우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르로 묶기 좀 애매한 것이 예술 영화다. 흔히 드라마(TV드라마 말고, 영화를 구분지을 때 드라마 장르라고 따로 구분을 짓기도 함)라고 구분짓기도 하는데, 드라마 장르에 속하는 작품을 들여다보면 글쎄,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서 어쩌면 애매한 것들을 다 싸잡아 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 영화는 그 성질 자체가 장르로 잘 묶이지 않는다.
장르는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가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예술 영화는 이야기가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 영화의 관심사는 이야기 그 자체, 혹은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 있는가 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특정한 가치(예를 들어 "계급"이라든지, "현실과 비현실" 혹은 "복수" 같은, 창작자가 관심이 있는 가치)에 대해 창작자가 나름대로 내린 정의가 이야기를 통해 감상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근데 메시지에 집중하는 예술 영화 중에서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은 이야기 또한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사랑"에 관한 자신 만의 시선을 드러내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새롭고 공감 가능한,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르 안에서 해서 재미 있든, 하고 싶은 말을 전혀 예상 밖의 장르 안에서 풀어서 재미있든, 아니면 메시지 자체가 너무나 강렬해서 큰 인상을 남기든, 훌륭하고 부러운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