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 이야기가 상업적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법

by 김본부

당연한 얘기를 좀 길게 써보자면....

이야기는 초반이 중요하다, 후킹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뭐 이런 거에 대한 이야기.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 다 가만히 있는데, 나 혼자만 레벨업을 할 수 있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소설의 주인공이 내가 된다면?

내가 아는 현생의 정보를 유지한 채 환생한다면?

혹은 완전히 다른 생을 살 수 있다면…

아니면 특별한 능력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것도 아니면 내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면...


창작자는 주인공의 욕망을 발생시키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으로 감상자의 욕망을 발생시키는 존재다.

상업성을 염두에 둔 이야기를 만들 때,

주인공의 욕망을 발생시키는 게 이야기의 구조 때문이라면

감상자의 욕망을 발생시키는 건 이야기의 존재 이유와 연관이 있다.

이 이야기가 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 감상자들에게 워킹하기 때문.

그거 말고 상업적 이야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뭐가 더 있을까!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창작자는 감상자의 욕망도 창작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라면, 소설을 좋아하는 감상자한테 워킹할 것이고

특별한 능력으로 재벌이 되는 이야기라면, 그걸 보는 감상자들은 재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일 거다.


어쨌든, 상업적인 이야기를 만들려면 이야기를 누가 볼 것인지에 대해 먼저 정해야 한다.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감상자"를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감상자"를 찾는 창작자들은 난감하겠지만, 상업적 이야기는 그런 것이다.

감상자와 만나지 못하는 이야기는 이야기로 성립할 수 없다.


이미 감상자가 원하는 이야기의 요소들이 너무 명확해 "장르"라는 구분으로 패턴화된 경우도 있고, 또 그렇지 않아서 감상자가 자신도 몰랐던 욕망을 이야기를 읽으며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둘은 결국 하나다. 감상자가 반응하는 이야기.


그렇다면 내가 구상한 이야기가 감상자가 반응하는 이야기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이 이야기의 동기, 혹은 핵심 소재가 보편적인지, 대중적인지를 보면 된다.

보편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의미에서 보편적이란 말을 쓴 거고

대중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대중적이란 말을 쓴 거다.

예를 들어 훌륭한 웹툰 <존 웹스터 도난사건>을 보면, 이야기의 핵심은 사별의 슬픔과 극복이다.

사별의 슬픔과 극복을 보편적인 소재로 봐야 할까? 대중적인 소재로 봐야 할까?

사별이라는 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긴 할 테지만,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순간에는 삶과 죽음, 사별의 아픔과 극복에 관해 생각하지만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살아가지 않는가.


내 이야기가 상업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건 매우 중요한 동시에 섬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그래서 보통은 창작을 하고 감상자들에게 선보이는 경험을 통해 하나씩 이 감각을 체득해 나간다.

사별의 아픔과 극복에 대해 이야기한 나처럼 말이다.


근데 또 몰라, 인생은.

다른 변수로 대박이 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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