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언론에서 들렸다. 디지털 마케터인 내 귀에 '유튜브'가 걸렸다. 왜 유튜브에 무슨 이슈가 있나? 끌리듯 기사를 클릭했고, 유튜브의 추천 영상 알고리즘 탓에 확증편향이 심해지면서 사회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기사였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심리를 일컫는다. 유튜브 추천 영상은 내가 자주 봤던 영상을 기반으로 비슷한 종류의 영상을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내가 격투기 영상을 즐겨 시청했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내 유튜브 피드는 격투기 영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일반적인 콘텐츠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정치나 젠더 관련 영상은 사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란 어렵다. 간혹 누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갈등 상황이라면 갈등을 증폭시켜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비판의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인간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심리적으로 나와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 아닌 것과 같이, 책이나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것을 더 찾게 된다. 콘텐츠 사업의 대표 OTT 매체인 넷플릭스 역시 유튜브와 같은 결의 알고리즘으로 이용자가 시청할만한 영상 콘텐츠를 추천한다. 다만 유튜브와는 달리 넷플릭스는 문화 콘텐츠로써만 소비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같은 알고리즘으로 활용되기는 하지만 어떤 콘텐츠를 노출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린 셈이다.
확증편향이라는 단어가 '갈등 조장'과 만나면서 마치 나쁜 것처럼만 느껴진다. 하지만 확증편향 자체가 '나쁜' 개념은 아니다. 앞 서 말했듯 인간은 자신이 선호하고 편한 것을 찾는다. 자연스러운 인간 심리의 한 종류일 뿐 그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되려 올바른 일에 확증편향은 개인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 월 NGO 단체를 통해 3만 원씩 기부를 하는 사람이 기부를 통해 얻는 즐거움에 대한 아티클을 읽고 모임을 나선다고 해보자. 3만 원 보다 더 큰 통 큰 기부가 없어도 된다. 3만 원의 기부를 통해 자신 스스로가 뿌듯함을 느끼고, 그 3만 원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고 하면 확증편향을 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선택하는 가치가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무너진 경우다. 대표적인 예는 젠더 갈등이다. 근본은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과 목적은 '함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불편한 진실을 근거로 대립하게 된 것이 젠더 갈등이다. 남녀 간 신체적 정신적 차이와 사회적 부조리가 분명 있다. 불편한 진실을 덮어두자는 의미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꺼내어 펼쳐놓고 서로 '이성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립이 아니라 화합이며 사회 구조의 변화를 통해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로 반목(反目)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본질적으로'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함께 해결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치로 삼아 확증편향이 생긴다면 같은 정보도 다르게 해석된다. 함께의 가치를 목적으로 두면 성별을 떠나 '불편한 진실'을 찾는 이유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함이 된다.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이거 엄청 불편한 거야. 그럼 이제 우리 어떻게 대안을 만들까?"라는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조직에서의 확증편향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확증편향은 조직을 무너뜨리기 굉장히 좋은 소재다. 앞 서 말했듯이 확증편향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확증편향을 하는 '가치'의 옳고 그름이 분명한지를 우리는 살펴봐야 한다. 하위 직급에 있는 직원들의 확증편향은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단 기업 인재상과 부합하는 인물을 최대한 선별하며, 입사 이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멘토들의 가이드에 맞춰서, 어떤 의견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직장 이상의 관리자와 경영자들이다. 이들의 확증편향은 작게는 팀 조직부터 크게는 회사 전체의 명운을 뿌리째 뽑아놓을 수도 있다. 펜실베이니아 와튼 경영대 교수들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경영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자료를 생산해내고 스스로 '옳음'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전략의 대실패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출처 : 『이기는 결정』 학지사, J. 에드워드 루소·폴 슈메이커)
확증편향이 문제로 이어지는 까닭은 '새로움'에 대하여 받아들이지 못함에 있다. 가치나 전략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때문에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조직 운영을 하는 경우, '나도 모르게'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고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옳았던 가치가 지금은 틀리다면 우리는 수시로 '가치' 검증을 해야만 올바른 선택과 의견 강화를 개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직장 이상인 우리의 의견이 '뚝심 있는 고집'인지 '무식한 아집'인지를 항상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집불통' 소리 듣기 십상이다.
팀원들과 열심히 제안 작업을 했다. 완성된 제안서를 리뷰했다. 여러 임원들 중 유독 한 임원에게 혹평을 들었다. 문제는 임원의 의견이 너.무. 오래된 이론과 현실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의 의견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퍼포먼스마케팅과 애자일마케팅 같은 단어가 세상에 통용되며 '광고 마케팅 최적화' 시대에 접어든지도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10년도 넘었을 고루한 의견으로 상황에 맞지 않은 '다시 해와'는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그의 의견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의 상황과 광고주의 요청과는 달랐다. 과거의 의견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논리를 역설했지만 다른 임원들에게도 공감을 받지 못하며 제안서는 그대로 통과됐다. 결과적으로 광고주가 원하는 의견과 합치하는 것을 제안 발표 자리에서 확인하면서 유독 비난조였던 임원의 견해는 상황에 맞지 않았으며 그의 논리와 지식은 방향이 빗나간 확증편향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잘못된 목표를 기업 경영 전략으로 확장해보자. 부정적 강화하는 확증편향이라면 기업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조금 어려운 용어가 들어간 마케팅 시대의 예를 들어본다. 아마 아이폰 유저라면 IOS 14.5 업데이트가 되면서 앱 설치 후 실행 시 '광고 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만 한다. 개인정보 보호 트렌드에 맞춰 애플이 선제적으로 ATT(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말 그대로 내 정보를 광고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기본 디폴트 값은 '아니오'다. 구글의 크롬과 안드로이드도 수년 내 애플의 길을 걷기로 발표하면서 디지털 광고 마케팅업에서는 크나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진 시대 상황을 맞이하는 광고 마케팅사들의 경영진들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여기서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찾고 있다면 수년 안에 폐업의 길로 들어설 것이 자명하다. 때문에 지금의 경영진들은 개인정보 보호 모멘텀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올바른'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옳은 것인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정말 맞는 거야?를 눈 뜨고 잠에 드는 순간까지 수도 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날카롭게 갈려진 방향이야말로 '답'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이다.
최근에 타사를 다니는 지인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다. 앞 선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임원진들은 한결같이 '하던 대로 하자'라고 했고, 이유는 <다른 회사들도 다 그래>와 <개인정보 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야>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모르겠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가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상황'은 현재로써는 공고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무너진다. 그들의 회사가 변하는 세상에 얼마나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 일본의 거대 필름 회사 코닥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도 모두가 예상했던 일은 아니었지 않는가. 전략의 방향과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 팀장님은 왜 고집불통일까?
너~무 큰 경영에서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다시 미시 세계인 팀으로 돌아와 보자. 팀장은 올바른 상황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때문에 어느 순간은 '고집'이 필요하다. 팀원들 모두가 반대해도 분명 올바른 상황이라면 밀어붙이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보듬어 줄 수 있는 아량과 결과를 맺을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팀장으로서, 조직장으로서 완벽에 가깝다고 얘기할 수 있다. 문제는 상황을 분석하고 올바른 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팀장이 카리스마를 가질 때이다. 이때부터는 고집이 아니라 '똥고집'이 된다. 과오를 펼치면서 아전인수격으로 더 화를 낸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잘못에 대한 복기 능력이 없다. 잘못에 대한 인지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우리 조직장 들은 항상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겸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확증 편향적 사고는 많은 반복적 검증을 통해 옳은 길일 가능성을 굉장히 높이고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옳은 길임을 어느 수준까지 확신하고 달려간다고 해도, 상황이 변하면 빠르게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유연함과 트렌디함이 필요하다. '고집'과 '고집불통'은 너무나도 큰 차이다. 고집불통이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기 위해서는 겸손과 검증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 서 기업 경영에서의 과오는 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작은 규모지만 팀에서의 잘못된 방향의 확증편향은 팀 조직 와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팀의 와해가 반복되면 역시 조직 전체가 무너진다. 따라서 조직장 이상의 직책을 가진 직원 또는 임원은 어느 순간이나 잘못된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지 수도 없이 검증해야 한다. 여러 번 검증하고 겸손하고 트렌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어서 태도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조직 관리에 있어서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다시 유튜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유튜브 확증편향과 관련하여 해결 방법을 제시했던 아티클을 읽은 적이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내가 가진 의견이 아닌 정반대의 콘텐츠를 보자. 만약에 해당 콘텐츠를 조리 있게 반박할 수 있다면 반대의 콘텐츠에서 내 논리를 강화할 수가 있다. 내 의견만 펼쳐놓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논리가 생기고 설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나와 다른 의견의 콘텐츠를 충분히 반박할 수 없다면 내가 가진 의견에 대한 논리를 점검해야 한다. 검증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옳은' 가치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관리에서 조직장의 덕목이 겸손과 검증이라고 했다. 겸손은 개인이 스스로 가져야 하는 태도 또는 마음가짐이라면 검증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잘못된 잣대를 가지지 않도록 스스로 올바른 태도와 행동을 이어나가야만 건강한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