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다. 의지박약으로 도전해보지 못하고 끝나버렸고, 지금의 소소한 글쓰기에 안분지족 하며 살고는 있지만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다. 그리고 과거의꿈 영향으로 여전히 단어와 문장 그리고 글의 힘을 추앙하고 있다. 또한 지나온 업계에서는 나름 메일 좀 쓰는 마케터(?)로 날렸기 때문에 조금 자신감을 갖고 리더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은 다양한 분류가 있다. 종류에 따라 소설, 수필, 에세이 등이 있고 목적에 따라 설명문, 호소문, 설득문 등등 나뉠 수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회사에 맞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회사에서의 글쓰기는 업무 메일이다. 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업체에서는 메일은 사원의 기초 소양 이기도하다. 마이크로매니징의 잘못된 사례로 꼽힌 내용이긴 하지만, 메일 작성에 대한 교육 사례를 얘기해본다. 같은 조직에 몸담았던 A팀장은 신입 사원에서 느낌표를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느낌표에 대한 사전적 정의부터 시작하여 교육한 바가 있다. 'OOO사의 OOO입니다!'라고 인사말에 느낌표를 썼다는 이유에서다. 인사말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데, 느낌표를 썼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마이크로매니징의 잘못된 사례다.
마이크로매니징은 간단히 정리하면 직원 관리 시 세세한 부분까지 조직장이 확인 및 검수를 하여 인력 관리를 하는 매니징 방식이다. A팀장의 관리가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러한 메일 쓰기가 사원에게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원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글쓰기면 충분하다. 느낌표를 썼더라도 업무 내용이 명확하고 전달이 잘 되었다면 만점은 아니라도 80점은 줄 수 있다. 하지만 리더의 자리에서는 그 느낌표의 위치도 중요하다. 사원에게는 마이너하지만 A팀장 스스로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잘못된 마이크로매니징 사례이지 '틀린' 의견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한다.
리더의 글쓰기는 그렇다. 느낌표 하나가 주는 파급력이 사원과는 다르다. 리더는 의사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리더의 말과 글은 조직원과 외부 관계자에게 방향에 대한 힌트가 된다. 힌트를 넘어서 답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메시지가 상대에게 곡해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앞 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고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때 도전을 했다고 좋은 결과가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카피라이팅에 대한 스스로의 부족함과 갈증을 꽤 느끼는 이유는 여전히 언어에 대한 지식이나 단어 활용 범위 등등 카피라이팅의 기초 능력에 대한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행인 것은 나는 지금 카피라이터가 아니라는 사실과 소통을 위한 언어적 능력은 낮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다.
리더의 자리를 언젠가 반납하고 잊힌 존재로 내려놓기 전까지 리더의 글쓰기는 매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고민의 결과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리더는 글쓰기의 목적이 더욱 분명해야 한다. 목적이라 함은 듣는 독자가 누군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로서 상사에게 쓰는 보고용 글인지, 조직원들에게 쓰는 업무 지시용 글인지. 또는 조직원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으며, 이해 관계사에 보내는 업무 협업 메일이 될 수도 있다. 조직장은 실무진보다 글쓰기 목적이 더욱 다양해지기 때문에 글을 읽게 되는 독자가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쓰는지부터 확고히 결정해야 한다.
둘째, 독자와 목적이 확고하다면 핵심을 명확히 써야 한다. 어중간한 글은 리더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조직원에게 업무 지시의 글을 쓰면서, 전달받은 제안서의 지적은 하되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조직원은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의 상사가 충분히 내 제안서의 방향을 이끌고 나를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맞을까. 이 사람..능력이 있는 걸까?'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구구절절 마이크로매니징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업무 지시를 할 때는 명확한 방향은 정해주어야 두세 번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렌드에 맞는 세련미와 함께 살짝 복고풍의 느낌과 엘레강스한 그 어떤 것 좀 찾아달라는 식의 업무 지시는 굉장히 곤.란.하.다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리더의 메시지는 분명해야 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 그렇지 않면 독자는 혼란을 느끼게 된다.
셋째, 퇴고하라. 앞 서 느낌표도 리더는 고민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왜냐하면 리더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내외부적으로 리더의 글에는 의미를 부여한다. 이 사람에 왜 이런 글을 썼는지 그리고 이런 단어는 어떤 의미로 썼는지 고민하게 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이해관계가 밀접한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게다가 의사결정권자라면 흔히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관여 제품인 셈이다. 고관여 제품은 자동차나 집과 같이 가치의 규모가 커서 굉장히 면밀하게 정보를 파악하여 구매하는 제품이다. 그것이 리더의 글이다. 누군가에게 충격과 공포를, 누군가에겐 설렘과 기대를 줄 수 있는 글이다. 때문에 글을 쓰고 나면 꼭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업무 메일과 달리 블로그나 브런치 글은 퇴고하지 않는다. 퇴고할 시간적, 체력적 여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이 엉망일 때는 일부 수정을 하지만 간혹 문장 형태가 이상하거나 오타 또는 어색한 단어가 있을 수 있음을 고백한다..)
나도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 중 하나는, 내가 말하면서 '되려'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 표준어 '도리어'의 방언으로 예상 또는 기대나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되거나 다름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시간이 급해서 짜깁기 한 제안서가 되려 호평을 받아서 의외였다"와 같은 식이다. 조직원들이 수년을 함께 하다 보니 습관, 말투까지 먼저 알고 얘기를 해주었다. 말처럼 글도 습관이 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내 글쓰기 습관 중 하나는 우선, 일단과 같은 부사를 자주 쓴다는 것이다. 앞 서 말한 리더의 글쓰기 세 가지 항목과 함께 나의 습관을 인지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에서 '되려'라는 단어는 그만큼 반전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성격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 부정도 최대한 긍정으로 합리화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성향의 차이이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보고 있지 않아 되려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글쓰기에서 과도한 부사 사용은 글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1차 작성 후 퇴고하면서 최대한 삭제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욱 또렷하게 전달하는 길이다.
나 역시 조직장으로서의 삶을 사는 동안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글쓰기이다. 그리고 리더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스스로 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을 글이다. 우리의 말과 글이 누군가의 행동과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단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