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상일에 '혹'하지 않을 나이인 불혹(不惑)이 가까워지고 있다. 벌써 십여 년 전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세웠던 버킷리스트는 적어둔 종이도 잃어버렸거니와 사실 실천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버둥버둥 살아가기 급급해 하루의 소중함을 놓치고 살았던 나를 돌아보며 조만간 남은 인생의 설계를 할 예정이다.
40대를 기점으로 인생의 전후반전을 나누자면, 개인적으로 전반적은 1:3 정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불행해서라기보다는 나의 게으름과 성취 간의 스코어랄까. 스코어의 큰 축을 맡고 있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책 쓰기'다.
책 쓰기에 앞서 글쓰기의 시작은 오래됐다. 대학 시절부터 써오던 블로그가 일상 주제 중심이었고, 수년 전부터는 사내, 사외 강의 자료와 브런치나 퍼블리 등 지식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과 학업을 병행 중이라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글쓰기 연식과는 별개로 활자에 대한 동경으로 내 이름 석자 자신 있게 내걸고 책을 출판하고 싶었다. 콘텐츠 발행이 아닌 책 출판이 고팠다. 많은 버킷리스트 중에 난이도 최상에 속하는 작업임에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은 부지불식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걸리리라 생각은 못했다^^;
모 작가님의 출판 클래스를 들으며 그간 못했던 출판의 꿈을 다시 짚혔다. 결과적으로 책은 한 페이지 쓰고 덮었고 또다시 3여 년이 흘렀다.
이후에도 많지는 않지만 출판 관련 강의나 콘텐츠, 아티클을 소비하고 있다. 지금도 책 쓰기 관련 오픈채팅방에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출판에 꾸준히 진심이기는 하지만 한발 내딛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풀어낼 나의 내러티브가 그리 길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덴마크 출신 '여행자' 토르비에른 페데르센이 10여 년 만에 비행기타지 않고 203개 국 세계일주에 성공했다는 카드 뉴스를 봤다. 아직 흔하지는 않지만 돈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세계일주에다가 '논에어플랜' 소스를 끼얹으니 세계 최초가 되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넘어서, 여행자라는 취미의 직업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페데르센은 고국인 덴마크에 돌아가서 여행담을 담아 책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상황이라는 것이 다르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10년의 시간이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구나 싶다. 페데르센은 물론, 내가 10년 동안 얻어낸 안정감을 포기했겠지만, 세상은 그가 얻은 자유로움을 더 가치롭게 여긴다. 때문에 이야기를 담은 책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쉬운 점은 없다. 안정감은 보편적이고 자유는 특별하다. 보통의 존재는 감히 닿을 수 없기 때문에 동경한다. 보통의 삶을 살아감에 특별한 것을 얻지 못함에 아쉬운 점은 없다. 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아도 좀 더 내러티브 있는 삶을 살 수는 있지 않았을까 지난 10년의 복기는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돌아가 조만간 인생의 설계를 다시 해 볼 생각이다. 잎으로의 후반전에 차붐을 잇는 융단폭격 골로 최소 7:3 승리하는 인생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의 내러티브가 내 버킷리스트의 원동력이 되기를 소망한다.
23년 1분기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느라 부단히 달렸다. 2분기가 다가오자 소모했던 체력 탓인지 한없이 게을러졌다. 꿈보다는 잠을 택한 시간들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어디로 가는 거지' 방향성에 대한 혼란이 왔다.
이제는 세상일에 내 판단이 흔들리지 않을 명확한 선이 필요함을 새삼 깨닫고, 인생 설계자로서 앞으로의 시간을 꾸려볼까 한다. 그리고 언젠가 서점에 놓여 있을 이야기가 오늘 시작됐음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