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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May 02. 2023

아이의 세상이 더욱 즐거웠으면 좋겠다.

아이 세상은 부모 세상의 크기와 같다.

오랜만에 아이와 단 둘이 나들이를 다녀왔다. 프리랜서인 와이프는 어쩔 수 없이(?) 집에 두고 단 둘이 다녀왔다. 어린이날 전야제처럼, 오늘 하루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 꼭 잡고 '포켓몬' 이벤트장을 가기로 했다.


오전에 출발해서 저녁 즈음까지 장장 7시간, 그리고 1만 8 천보를 걸었다. 아이는 족히 2만 보가 넘었으리라. 그럼에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더라. 까불거리던 아이는 누운 지 5분 만에 잠들었다.


오늘은 해야 했던 집안일이 많았다. 근로자의 날에는 공무원들은 쉬지 않는다 한다. 이 참에 밀린 일도 정리해야 했다. 포켓몬 이벤트장까지 가는 길에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해서 아이가 지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겐 미션 수행을 하는 것처럼 하나씩 업무를 보고 레벨 업하듯이 재미있게 풀어냈다.


모든 미션을 수행하면 (지하철을 타고) 다른 세계(포켓몬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는 믿지 않았지만 즐겁게 밀린 집안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벨 5가 되어서 지하철을 타고 포켓몬장으로 이동했다. 아침 이르게 나와서 단 한 번도 쭝쭝거리지 않고 포켓몬장에 도착했다. 그 이후에는 처음 기대했던 바와 같이 아이의 행복이 가득했다.


아이의 시선에서 무심코 게임처럼 보낸 하루가 즐거웠다. 아빠의 세상이 게임 같았으니 함께한 아이도 게임 속 세상을 즐겼으리라. 한창 포켓몬에 빠져 사는 아이니 이 또한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 부모의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이의 세상을 더 크고 단단하며 즐겁게 만들어줘야지 다짐한다.


아이 세상은 부모의 노력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집안일) 미션을 함께 하면서 아이는 참 많은 것을 스스로 했다. 그것도 매우 재밌게. 어른들에게는 쓱 지나갈 일이었지만 아이에겐 그 얼마나 뜻깊은 레벨업이었을까.


단 둘이 게임 속 세상을 즐기고 왔을 때, 환하게 반겨주는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한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마치 무용담처럼 말이다. 와이프가 함께 못함은 아쉬웠지만 아이가 무용담을 펼쳐 놓을 상대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오랜만의 단 둘의 외출이 오늘따라 참 뜻깊다. 오늘의 외출이 아이의 세상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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