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Money)
'돈(Money)'는 이정표(Milestone)다.
마케터로서 단어의 정의를 해보겠노라 호기롭게 덤볐으나 첫 단어부터 난관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한의 단어 속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며칠의 고민 끝에 낙점된 단어는 '돈(Money)'이다. 어느 단어보다 명확한 실체를 가지고 있지만 어느 단어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 바로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의 어원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돈'은 '돈다'라는 동사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민간 어원이 유력하다. 'Money'는 로마 신화의 주노(Juno, 그리스 신화의 헤라 여신)의 별명인 주노 모네타(Juno Moneta)가 현대의 머니(Money)가 되어 '경고하다', '훈계하다', '지키다', '감시하다'와 같은 의미를 함께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돌고 돌면서 무언가를 감시한다는 '돈(Money)'은 어떤 의미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단어의 어원을 연결해서 의미를 생각해 봤다. '돈'은 흐름이 있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마케터의 시선에서는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의 서비스에 '돈'이 모이며 '재미'라는 가치에서 시선과 함께 '돈'이 쌓인다. '돈'은 항상 인간의 필요와 관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돈(Money)'은 그 돈이 올바르게 쓰이는가 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도 자처한다. 플랫폼 서비스가 소비자의 니즈를 더 이상 자극하지 못할 때, 콘텐츠가 지루하고 식상해지는 순간 '돈'은 다시 흐른다. 떠난다.
돈은 그리고 Money는 시장을 돌고 돌면서 서비스와 콘텐츠, 상품과 우리를 감시한다. 마케터로서 '돈(Money)'을 바라보는 시각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 고객사의 서비스와 상품이 잘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정표다. 대표적인 '이정표(Milestone)'의 역할이 드러나는 시장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우리 기업의 가치가 돈으로 치환되는 잔인한 시장. 숫자로 표현되는 이정표가 사람들의 관심과 기업의 가치를 설명한다.
마케팅 시장으로 돌아와 생각해 본다. 고객사는 결국 돌아오는 '돈'으로 마케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 대표적인 KPI 중 하나인 'ROAS(Return on Ad spend). 고객사가 광고비(Ad spend)를 지불한 것에 대한 수익(Return)이 얼마인가에 대한 지표이며, 많은 고객사가 ROAS를 통해 캠페인의 성과를 측정한다.
과연 고객사만 '돈'이 기준점일까. 수많은 에이전시 역시 이번 마케팅 판이 '얼마'인지에 따라 참여를 할지 또는 리소스를 얼마나 투여할지 결정한다. 마케팅 시장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기준은 '돈'인 셈이다.
유발하라리 저서 <사피엔스>에서 '돈'은 종교와 국가, 법과 함께 상상과 사회적 합의가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하나라고 썼다. '돈'의 실체를 명확히 하자면 인쇄된 종이와 각인된 주물이 아닌가. 인간사에 돈의 실체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돈'은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의미를 지녔다. 당장 일용할 식량을 쓰이지 못할 종이와 고철과 바꾼다는 행위를 자아낼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약속이 '돈' 속에는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사회적 약속 덕분에 '돈'이 만드는 '가치의 기준'이 매우 엄격하게 사회에 통용되고 있고, 우리는 '돈'을 가벼이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준점'이라는 정의 아래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