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9. 07:43
처음 디지털 미디어 렙사에 입사하게 되던 때, 면접에서 첫 질문은, 'DA가 뭔지 알아요?'였다. 경력직 입사 면접에서 나왔다기엔 너무 신입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은, '아뇨'였다. 사실 경력직이라고는 했지만, 난 오프라인 '홍보' 대행사 출신이다 보니. 온라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준비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나를 추천해 준 지인의 '준비할 것 없으니 그냥 와'라는 말 한마디에 덥석 면접장에 앉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 렙사에 입사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은 홍보 대행사를 퇴사하고 1여 년간 준비해 온 금융 자격증들이 말도 안 되는 입사에 도움이 됐다. 이게 무슨 상관이냐면, 당시 회사 매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던 S보험사를 맡은 팀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랄까. 금융 지식을 기반으로 좀 더 인사이트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을까라는 판단에서. 내가 입사하던 당시와는 지금 렙사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져서 이런 생각지도 못한 일은 없겠지만, 디지털에 대한 지식 하나 없이 경력직 입사를 떡하니 하고 말았다.
내겐 황무지 같은 디지털 마케팅 업무에 무엇을 해야 할까. 회사에서도 날 가만 두질 않았지만, -오자마자 실무 투입으로 가혹한 실전 훈련을 받았다. 나 스스로도 무언가 공부해야겠다는 중압감에 지금 디지털 마케팅의 성장 과정을 훑어봤다. 업무적인 스킬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였지만, 디지털 마케팅이 얼마나 성장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시기인지라 그 역사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오랜 과거로 올라가면, 온라인(online)은 19세기 철도 및 전신 사업에서 쓰이던 개념이다. 철도와 철도,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의미로 지금의 '네트워크' 또는 '웹'과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었다. 컴퓨터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면 지겹게 보던 내용들. 1969년 UCLA와 스탠퍼드 연구소 간 원거리 컴퓨터 네트워크 '아파넷(ARPANET)이 지금의 인터넷의 기원이 되었다. 많이들 알다시피 초기 인터넷의 경우, 미국 국방부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폐쇄적으로 사용되던 인터넷이 미국 컴퓨터 공학과들을 연결하기 위한 CSNET(Computer Science Network)가 구축됨으로써 민간 사회로 진출하게 되었다. CSNET의 경우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유닉스(UNIX)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소스 변형 및 공유가 가능하여 인터넷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2년 서울대학교와 KIET(전자기술연구소) 사이에 SDN이라는 원거리 컴퓨터 네트워크를 성공하게 되며 미국에 이어 2번째 인터넷 개발국이 되었다. 이렇게 온라인의 개념이 그리 멀지 않은 1980년대 개발되었고, 80년대를 향유하던 세대만 안다는 인터넷의 시초, PC 통신이 등장했다.
#1 1990년대 초 PC통신 텍스트 광고
1984년 데이콤의 한글 메일로 시작하여, 1986년 천리안으로 PC통신의 새 장이 열린다. 1990년대 초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PC 통신이 등장하게 된다! PC통신의 경우 게시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지금의 카페와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어 왔다. 당연히 텍스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 처음으로 텍스트 광고가 시작된 때라고 보면 된다.
#2 1990년대 중반 DA 광고
드디어! 면접장에서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던 DA가 나왔다! DA는 Display AD의 준말로 지금 인터넷상 배너 광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DA 광고의 시작은 이미지를 온라인상에 걸어두는 형태로 지금의 랜딩 연결 / 트래킹 등 고차원적인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더불어 Open Text라는 기업이 검색 광고를 시작했지만 공공재로 인식되는 인터넷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으로 중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이때 계속 검색 광고를 지속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
#3 1990년대 후반 검색광고 전성시대
초고속 인터넷이 대중화되던 그때, 4대 매체(TV/신문/잡지/라디오)와 함께 온라인 광고가 광고 매체로써 점차 두각을 드러내던 때다. 지금 네이버 / 구글 /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1997년 고투닷컴(오버추어 전신)과 입찰 CPC(키워드를 경매식으로 순위를 정하고 구매 가능하게 하는 입찰 단가 시스템)의 개념 등장하며 키워드 광고(검색 광고)의 초석 - 중흥기가 시작됐다. 특히 아무 영글지는 않았지만 배너 / 플래시 / 동영상 광고도 점차 증가하며 온라인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4 2000년대 중반 동영상 광고와 SNS 서비스의 성장
2004년 판도라TV 서비스, 2005년 유튜브 서비스 시작하며 스트리밍 기술 기반의 동영상 산업이 발달했다. 더불어 싸이월드와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하여 SNS의 신기원이 열리던 때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매체로써 광고가 체계적인 모습을 갖춰가며 시작되었다. 대형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네이트)가 오버추어와 검색 광고 계약을 맺어 키워드 광고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고, 앞 서 말한 동영상 산업 발달로 동영상 광고에 대한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커뮤니티 활성화로 지금은 너무도 흔한 바이럴 마케팅이 시작되기도 했다.
#5 2000년대 후반 모바일 광고의 시작
2007년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발표되고, 2008년 페이스북의 성장했다. 2009년 아이폰이 등장하였고, 이 시기부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기존 온라인 광고의 성장과 동시에 PC에서 모바일로 영역이 점차 확장되었다.
#6 온라인 마케팅의 지금
수십 년을 성장한 오프라인 매체보다 짧은 역사를 가진 디지털 매체가, 이제 기존 매체를 넘어선 No.1 매체로 부상했다. 그리고 점차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로 인하여 더 정확하고 더 효율적인 광고 마케팅이 가능한 매체로 기업에서는 '필수적인' 마케팅 요소가 되었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동영상 / 모바일 시장은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그 잠재력이 대단하다. 더군다나 기존 매체에서 할 수 없었던, 디지털 트래킹 기술을 활용한 정밀 타겟팅이 가능해지고 광고 효과 분석이 정확해지면서 기업들이 온라인 매체를 점차 선호하게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온라인 이용도가 높아지는 현실에 디지털 마케팅은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온라인 시대에 디지털 마케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팥빙수에 팥 같은 존재랄까.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Untact)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도가 높아졌다. 기업들은, 그리고 이용자들은 당연한 흐름을 즐길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하여 정확한 타깃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이용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광고를 통해 무료 콘텐츠를 소비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굳어지게 될 것이다. 이용자들은 1인 미디어를 소유한 매체사로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기업들은 1인 미디어를 활용하여 또 새로운 광고 시장을 구축해 가며 쌍방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숨 쉬는 공기와도 같이 무료 콘텐츠를 위한 광고 소비가 당연해질 것이고 나아가 광고를 하나의 정보 큐레이션의 플랫폼으로 활용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급성장한 산업이다 보니 개인 정보에 대한 이슈라든지, 기존 매체보다 다소 완화되어 있는 법 체계로 인한 문제라든지 디지털 마케팅이 짊어지고 가야 할 것들이 아직은 산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온라인과 디지털 마케팅의 확산을 막기란 어렵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된다.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내일은 또 어떤 기술의 발전으로 놀라운 마케팅이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