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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만장 이형사 Oct 29. 2022

나와 내친구를 위한 학교폭력이야기 -1

1편 엄마! 저, 학교 안 갈래요  (언어폭력+신체폭력 )


안녕~ 친구들~

난 저기 멀리 안데스산맥을 지키는

귀요미 알파카야. 이름은 알파고라고 해. 우리 엄마는 페루 사람이고 아빠는 한국 사람이야.

아빠가 페루에 혼자 여행을 갔다가 엄마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셨대.

엄마는 아빠를 따라 한국으로 와서 나를 낳으셨고 말이야.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던데 나 처럼 ‘다문화가정’인 친구가

우리 학교에 나 말고 몇명 더 있어.

그 중에서 중국인 엄마를 둔 ‘링링’하고 제일 친해서 우린 가끔 중국말로 농담하면서 놀아.


니 츠 판러 마? (너 밥 먹었어?)



“탁!”

누가 내 뒷통수를 세게 한 대 쳤어.

너무 아프고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 보니 용용이였어.


“야! 알파고! 넌 목이 왜 이렇게 길어?”


갑자기 그렇게 얻어 맞으니 황당하고 기분이 참    나빴어. 가슴이 마구 뛰고 머리가 멍 해져서 잠시 가만히 있었는데 뒤에서 또 누가 내 털을 확 잡아 당기는 거였어.

이번에도 너무 아프고 놀랬어.

누군가 했더니 용용이랑 단짝 친구인 봉봉이였어.


“야! 넌 몸에 털이 왜 이렇게 많아? 털 뚠뚜니 알파카!!”

하더니 웃으면서 용용이에게 달려가더라. 둘은 멀찍이 서서는

나를 쳐다보며 박수 치면서 웃고 있었어. 우리반에서 가장 힘 세고 인기가 많은

용용이와 봉봉이는 이런식으로 이기죽이기죽 빈정거리면서 날 괴롭히는 것이 일상이었지.

나는 머리가 참 아팠어. 용용이에게 얻어 맞고 봉봉이에게는 털 뽑히고 하느라 무지무지 아팠어.

그런데 마음이 몸보다 더 많이 아팠어. 왜냐하면 내가 목이 길고, 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괴롭힘을 당해야했으니까. 나는 그게 왜 때릴 이유가 되는지를 정말로 모르겠어.

 걔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날 괴롭힌 후에 서로 처다보며 웃는 모습을 보니 더 기가 막히고 화가 났어. 그리고 동시에 너무 외롭기도했어. 왜냐하면 내 곁에 있었던 친구 링링이마저 구경만 하고 아무말 없이 그냥 가버렸거든





이 날부터 내 하얗고 부드러운 털은 새들새들

 윤기를 잃어 가더니 탁한 검정색으로 변했어.

길고 당당했던 목은 점점 짧아져서 이제는 알파카인지 양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되어버렸지.

나는 더이상 밥도 먹기 싫고 학교에도 가기가 싫어졌어.


“엄마, 저 학교 안 갈래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꺼이꺼이 목이 메도록 울었어.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



“여보세요? 알파고네 집이죠?

저는 파고 담임인데요, 파고가 학교에 안 와서 전화를 드렸어요”


담임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하셨어.

엄마는 선생님께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모두 이야기했어.


“파고야, 엄마가 선생님께 다 말했어. 선생님이 용용이와 봉봉이를 불러서

그날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신다고 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보자.”







며칠 후,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이 날 찾아 오셨어.


“엄마와 담임 선생님 통해서 네 얘기를 다 들었어. 너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용용이와 봉봉이가 널 괴롭히는 모습을 직접 본 친구들이 있는데 걔들이 너를 위해서 증인이 되어 주기로 했어.

특히 링링이가 너를 돕기 위해 정말 많이 애 쓰고있어” 선생님이 내 목덜미 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이때 선생님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가 검정색에서 밝은 회색빛으로 스르르 변하기 시작했어...




“어? 선생님... 링링이요? 링링이 저를 도와주고 있다구요?”


“물론이지, 링링은 네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전부 봤다고 정성껏 글을 써 줬어.

그렇게 먼저 나서주니 다른 아이들도 링링처럼

그 날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줬고 말야.”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가슴 한 구석이 뜨끈뜨끈 따스해지는 것이 느껴졌어.










‘그 날... 내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기만 했던 링링이 날 도와주고 있다고...?’


날 위해 글을 쓰고 있는 링링의 모습을 떠올리니 마치 내 심장이 분홍빛으로 반짝 거리는 것만 같았어.


까맣게 변했던 내 몸의 털들이 회색빛에서 이제는 조금 더 밝은 노란빛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았어.

내 털은 다시 윤기를 찾고 보들보들해졌어.


 “파고야, 앞으로 너는 몇 가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해.

지금부터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고 나서

너의 생각을 들려 주길 바래.

첫번째, 학교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위위원회를 열어서 용용이와 봉봉이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두번째, 네가 학교폭력위원회를 원하지 않는다면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어.


세번째, 112신고를 하거나 고소장을 써서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 하는 방법도 있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게


네가 첫번째 방법을 선택하게 되면,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전담기구에서 사안조사를 하게 돼. 학교폭력 담당선생님이 학교폭력 사실이 있는지

피해자 목격자 그리고 가해자들에게도 물어보는 거지. 이런 사안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요건에 모두 충족하면 학교 내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


그런데,

요건에 모두 충족하더라도

피해학생 측에서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하면 학교에서는 교육 지원청에 사안조사 보고서를 제출하고,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결정하는 거야


두 번째 방법으로 마음을 정한다면,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가해 학생의 행위가 어떤 죄명으로 처벌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피해 학생 측에서 원하면 학교전담경찰관이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수사 의뢰를 연결해 주기도 해.


여성청소년수사팀은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부서인데 여기 형사님들은 학교 선생님들이 한 ‘사안조사’에 그치지 않고 수사절차를 따르게 되는 거지. 그렇게 되면 피해학생은 피해자, 가해학생은 피의자 목격한 학생들은 참고인으로서 각각 수사 절차에서 요구되는 진술조서를 작성하게 돼. 학교전담경찰관은 수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면담관리를 통해 재비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어.


세 번째 방법으로 결정한다면,


이 방법으로는 학교나 학교전담경찰의 도움을 먼저 받지않고 피해학생 측에서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어.

112나 117에 신고를 하는 경우, 둘 다 24시간 응답을 하는 곳이니까 학교에 먼저 알리는 것보단 상대적으로 빠른 사건 진행이 이루어져.

112에 신고를 하면, 전화를 건 주소지의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경찰 즉, 순찰요원분들이 신고자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파악한 후에 여성청소년수사팀과 학교전담경찰관에게도 통보를 하게 되어 있어 .

117에 신고를 하게 되면, 117신고센터의 상담원분이 신고자와의 전화 면담을 통해 사안의 긴급성 및 중대성, 신고내용, 신고자 의사 등에 따라 긴급출동,수사지시, 전문기관연계, 경찰서통보,상담 등으로 분류하여 도움을 주고 계셔."


“파고야, 선생님 설명이 이해가 잘 되니?” 


“네, 선생님, 잘 이해했어요. 그렇지만 저에겐 너무나 큰 결정이라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천천히 생각해보고 마음이 정해지면 말해 다오. 무엇보다 너의 마음이 가는대로, 편하게 결정 내리길 바래. “


“그리고 파고야,

그 애들처럼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핵심에 관해 한 가지를 알아두었으면 좋겠어.

누구든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분명히 자기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는 사실을말야.”


상처를 준 사람이 더 상처입는다니...


선생님의 이 말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용용이와 봉봉이가 조금 측은해기 시작했어.

한편으로는 내가 그 애들과 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

난 선생님이 알려주신 세가지 방법에 대해서 엄마께 설명해 드리면서 이렇게 말했어.

“엄마, 저 그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용용이와 호식이에게 직접 사과를 받는 걸로 이 일을 마무리 짓는게 좋을 것 같아요.

설령 걔들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가짜 사과를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제 마음이 이제 많이 괜찮아졌거든요."


“파고야, 너 정말 괜찮은거니? 엄마는 경찰에 신고는 안 하더라도 학교폭력대책심위위원회는 열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용용이와 봉봉이가

널 또 다시 괴롭히지 않을 것 같거든. 엄마는 그 아이들이 학교를 통해 징계를 받았으면 하는데.. 엄마 생각이 너무 과한걸까?”




“아니에요. 엄마, 과하지 않아요.

엄마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 잘 아니까요. 엄마의 마음도 저는 잘 알겠어요.”


“그런데 엄마...

제가 괴롭힘 당할 때 구경만 하고 있는 줄 알았던 링링이 저를 위해 글을 썼구요.

나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던 다른 얘들도 절 돕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어요. 저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이렇게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더 이상 슬프거나 외롭지 않아요.

물론 괴롭힘 당했던 순간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 일을 통해서 진짜 친구들을 얻은 것 같거든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엄마에게 친구들이 나에게 보내준 문자 메시지를 보여드렸어.










“엄마,

이제 슬슬 학교로 돌아 갈 때가 온 것 같아요. 목이 예전처럼 다시 길어졌고

털 빛도 원래대로 하얀색으로 돌아 왔거든요. 

정말 더 이상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앞으로는 링링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들어도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일 테니까요.

 전 정말 괜찮아요.”




“그래... 파고야, 네 마음이 그렇다면 엄마도 너의 선택을 존중할게.”

엄마는 내 머리털을 쓰다듬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어머, 파고 너 머리털이 한결 더 부드러워 진 것 같은데?”


“하하, 그런가요? 그럼 저는

예전보다 더 멋져져서 학교로 돌아가는 거네요. 이런~ 질투쟁이 낙타사촌들이 더 부러워하겠어요. 하하하”

엄마와 난 사하라 사막에 살고 있는 천방지축 낙타사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바탕 웃어 버렸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매일 좋은 일만 생기라는 보장은 없어. 그렇지만 이렇게 힘듦을 겪어봤기에 나도 조금은 마음이 자란 것 같아.


만약 또 이런일을 당하게되면 다시 상처받고 힘들겠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난 잘 헤쳐 나갈거야. 

걱정되는 마음을 감싸 안고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 뭐, 이번처럼 엄마와 선생님에게 도움도 청하면서 말야.


우연히라도 날 괴롭힌 애들을 마주치게 되면 겁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들수 도 있겠지. 있고말고.





그런데 있잖아. 

내 맘속에 ‘불안’ 이 영영 사라지지 않고 불쑥 고개를 들이밀지라도 이제 난 괜찮아.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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