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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만장 이형사 Oct 29. 2022

나와 내 친구를 위한 학교폭력이야기-2

2편 난 학교가 있는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따돌림)


안녕?

난 사막여우 호식이야. 아프리카에 있는 사하라    사막에서 태어났지. 엄마, 아빠는 내가 한 살 때 밀렵군에게 잡혀 가셨고 난 그때부터 부모님 없이 혼자 컸어. 사나운 모래 열풍과 세고 거친 바람이  휘휘 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지.

어느 날, 가볍고 보드라운 간들바람이 부는 초원을 발견했어. 넓은 밀밭도 있는 멋진 곳이었지.

사막에는 오로지 모래 언덕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푸르른 초원이 있기도 하더라고.

나도 우리 부모님처럼 밀렵군에게 잡혀 가지 않기 위해서 늘 긴장 속에 살아왔는데 무성한 밀밭 속에 몸을 숨길 수 있어서 참 좋았어.

하루는 어떤 아이가 밀밭에 불시착했어.


                                               하루는 어떤 아이가 밀밭에 불시착했어.



               "안녕? 난 어린왕자야.
             소행성 B612호에서 왔어”

난 말이야, 어린왕자의 황금빛 머리칼을 보자마자 매일 혼자 보던 밀밭의 색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그 친구는 오후 4시면 어김없이 내가 있는 밀밭으로 찾아와서는 앙글방글 소리 없이 웃으며 날 쳐다보았지.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사흘... 계속 이어지면서 희한하게도 난 매일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했고 말이야. 


우린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다가 뉘엿뉘엿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 


그 친구는 종종 나에게 돌보던 장미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 날 혼자 두고 온 장미가 너무 걱정된다고 하더니 소행성으로 돌아 가버렸어.


나만 남겨 두고 말이야...


나는 어린 왕자가 너무나 그리웠어.


솔솔... 살랑살랑...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났어. 

         

  그래서 어린 왕자가 있는 소행성으로 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땅을 파기 시작했지...


파고 또 파고...


 계속해서 땅을 파다보면 언젠가는 소행성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얼마나 오래 팠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구덩이만 나오다가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밖으로 나와보니 운동장이었어.


 어린 왕자처럼 황금색은 아니지만 밤하늘 같이 

까만 머리색을 가진 아이들이 해죽거리며 놀고 있는 것이 보였어. 


나는 그 아이들과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어린왕자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야! 사하라 호식!! , 넌 그냥 좀 짜증 나.

그니까 구석에 좀 빠져 있어~~”


학교생활은 사막 생활과는 완전히 달랐어.

아이들이 나를 빙 둘러싸고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해댔어. 툭하면 나를 밀치고 내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기도 하고...


“얘들아~ 호식이가 옆 반 00 여자 친구한테 고백했대~” 이런 식으로 나에 대해사 실과 다른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기도 했고 말이야...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이미 퍼진 소문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했어.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면 전혀 

외롭지 않을 것 같았는데, 웬걸... 여긴 사람의 사막이더라고. 나와 어린왕자의 사막은 행복감으로 가득 차 

하나도 외롭지 않았는데 말이야..


                   ‘세상을 살아가기란 호락호락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사막에서도 잔뜩 긴장해야 하지’


어린 왕자처럼 따스하게 다가와주는 친구가 한 명도 없이 학교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들었어.

밀렵꾼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던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이 자꾸 생각났지. 


밤하늘의 별을 보면 어린왕자의 소행성인가 싶어서 그리움이 더 해졌고 넋이 나간 듯이 우두커니 앉아 눈물만 줄줄 흘리곤 했어.


  마치 내가 물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졌지. 내 주변의 세상이 바닥으로 꺼져버리는 느낌이 들고, 숨 쉬는 것마저 힘겹더라고...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상담을 해도 된다고 들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마음이 업었어. 그럴 힘이 남아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난, 학교가 있는 이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어.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거든.  또다시 땅을 파서 여기 말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날 마음도 힘도 없어서 그냥 학교 옥상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어.


 하늘을  향해 뛰어버리면 날개가 돋아나서 어린   왕자가 있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혹시 날개가 돋아나지 않으면 땅으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솔직히 이렇게 사느니 죽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 밀렵군에게 쫓기던 것보다 더 괴로운 생활이었으니까.

 




그냥 자포자기한 마음 반,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반으로 학교 옥상 난간에 섰어.


“안녕!! 외로운 세상아!!”


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활짝 펼치며 뛰어올랐어.

 그런데 기적은 일어나지 않더라.


내 몸이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향해 꽂히는 것을 느꼈어.


‘안녕,, 어린왕자, 다시는 널 못 보구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작별인사를 했어.





 ‘슝~’


‘어? 어... 뭐지..?’’


 갑자기 내 몸이 둥실 하늘로 떠오르더라.

고개를 들어보니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해파리들이

내 양팔을 하나씩 붙잡고 하늘을 날고 있었어.

 민트빛과 핑크빛 해파리들이 몽실몽실 피어난 하얀 구름 위로날 살포시 올려다 주면서 말했어.


“안녕? 난 세실”

“난 셀리나라고 해” “우린 쌍둥이 해파리야”




                                     난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하산을 탄 기분이 들었어. 


세실과 셀리나는 마침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오는 길이었는데 내가 옥상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을 보자마자  전속력으로 날 향해 날아왔다는 거야.


“너처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친구를 전에도 구한 적이 몇 번 있어. 네가 왜 이러는지 말 안 해도 알겠다. 오늘부턴 우린 친구야 다시는 이런 건 생각도 하지 말자. 알았지?”


“그래 ! 세실 말이 맞아.

그동안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 안 해도 알 것   같아. 이제부터는 힘든 일들 모두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지금 우리 곁을 흐르고 있는 바람처럼 말이야”


나는 해파리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어.


‘그래... 내가 사막에서 태어났고 어린왕자가 너무 그리워 땅을 파다가 여기까지 온 얘기며,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한 그런 우울한 얘기를  할 필요가 없겠구나.


                               모두 다 말하지 않더라도 이 친구들은 이미 나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너... 이름이 뭐야”


핑크빛 해파리 세실이 물었어


“으,응... 난 호식이라고 해... 사막여우 호식이” 


“아하~ 사막여우구나, 어쩐지~

너네 집 사하라 사막이지? 사막여우는 사하라에 많이 살잖아.  언니랑 나랑 겨울방학때 거기까지 날아서 여행 다녀온 적이 있어. 사막에서 진짜 웃긴 낙타친구들도 사귀었고 말이야... 긴 속눈썹을 어찌나 뽐내든지... 걸으면서 똥은 계속 싸 대고... 하하하... 

다음엔 우리 다 함께 가자. 우리가 지금처럼 널 안고 날면 되니까 아무 문제없어~”

 민트빛 해파리 셀리나가 말했어.


난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주는

세실과 셀리나에게 고마움을 느꼈어. 

하늘거리는 핑크빛, 민트빛 친구들...

난 그 애들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외로움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느꼈어.


어린왕자의 황금빛 머리칼이 여전히 그립긴 했지만, 핑크와 민트도 그만큼이나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차가운 바닷속으로 끝도 없이 빠지고 있던 내가

이제는 파도 위로 머리를 불쑥 내밀었어. 


세실과 셀리나 덕분에!



어린왕자가 떠난 후,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인 줄 알았는데 나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을 다시 만난 것 같아.

세상이 살기 호락호락하지 않고 학교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렇게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



이제부터 난 새로운 학교생활을 만들어 볼 거야. 그리고 나의 어린왕자도 다시 찾아볼 거야. 

의리 넘치는 해파리 친구들이 주말마다 날 데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함께 찾아보기로 했거든.


 행운을 빌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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