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터뷰 11. 무업터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해서 재밌는 직업이야기 : 업터뷰
이번 편은 무업터뷰로, 필자의 친구이자 자택경비원, 홈 프로텍터 [우롱이]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롱밀크티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 꿈 기억나?
초등학교는 화가, 천문학자, 화이트해커, 배우파 가수...
배우파 가수는 뭐야?
기억 안 나. 연기파 배우에서 착안한 건 기억이 나는데.. 왜일까? 둘 다 하고 싶었나?
여러 꿈 중에서도 구체적이거나, 실현하려고 노력했던 건?
고등학생 때 기자랑 카피라이터에 관심이 생겼고, 대학교에서 영상매스컴학부에 입학했어. 신문방송이랑 광고가 합쳐진 개념의 학과라서 두 가지를 다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신문 관련 내용은 1도 없고 방송, 광고만 배우더라. 그래서 광고 PR을 전공했지.
대학 때에도 꿈을 계속 이어갔어?
처음엔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어. 배우다 보니까 광고의 매력도 알게 됐고 재밌었지. 이미 입학 했으니까 광고 아니면 뭘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했고.
기자에 대한 꿈도 교양 수업 들으면서 간직하고 있었어. 기자 출신 교수님이 계셨는데, 들려주시는 얘기들이 엄청 재밌었거든? 남들 다 자는데도 나 혼자 깨어 있어서 날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
어느 날 선배가 추천해 줘서 학생기자단에 들어가게 됐는데, 내 시각으로는 좋게 볼 수 없는 기업의 행보를 좋게 써야 하는 등의 상황들이 생기다 보니 기자의 꿈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됐어.
그 뒤론 광고 쪽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밤새고 공모전도 나가고 그랬어. 친구들도 나한테 지박령이라고 불렀을 정도였어.
첫 번째 직업은 뭐였어?
퍼포먼스광고를 메인으로 하는 디지털종합광고대행사에서 AE(광고기획자)로 일했어.
왜 그 직업을 선택했어?
학교 선배가 공고를 추천해 줘서 넣어봤는데 바로 붙어버려서 얼렁뚱땅 가게 됐어.
전공 살린 거긴 한데 내가 생각한 광고랑 많이 달랐어. 브랜딩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숫자를 너무 많이 다루는 일이었어. 내가 광고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수학이 싫어서였는데.
첫 번째 회사의 장단점을 말해줘.
배울 기회도 많고 포트폴리오 쌓을 기회가 많았어. 복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단점은, 집이 거의 잠만 자는 곳이었어. 야근도 겁나 많아서 건강 해칠 때까지 야근하는 일이 많았어.
왜 그만뒀어?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악화였어. 그 시기에 힘든 일이 많이 겹쳤거든? 원래 바쁜데 새로운 광고주를 또 따게 되면서 매일 야근을 했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서 그런지 병이 찾아와버렸어. ‘내가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3년을 좀 넘 첫 직장에서 나오게 됐지.
다음 회사는 어떻게 골랐어?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주들한테 너무 시달리다 보니 다음 직장은 꼭 워라밸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광고주가 되기로 했지. 뷰티 분야로 가고 싶었는데, 평소에 화장품을 정말 좋아했거든. 주변에서도 뷰티 쪽이 잘 어울린다고 했고. 태어나서 간절하게 뭔가를 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뷰티마케터는 처음 가진 간절한 꿈이었어. 그래서 충분히 쉰 후에 이직 준비를 했고, 공고 찾아보고 지원해서 가게 됐어.
두 번째 직장의 장단점을 알려줘.
장점이 있나..?
(오랜 침묵)
장점 없어.
ㅋㅋㅋㅋ단점은?
회사 규모가 작아져서 만족스럽지 않았고, 배울 환경도 없었어. 팀장급을 뽑아야 했는데 뷰티 마케팅 입문자인 나를 뽑아버린 회사 같았어. 마케터는 나 혼자였고, 당연히 나를 가르쳐줄 사람도 없고,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여서 혼돈의 도가니탕이었어.
그래도 물경력이라도 쌓으려고 했는데 권고사직을 권유받았어. 며칠 있다가는 다시 붙잡으면서 마케터보다 MD가 더 급해서 그러니 MD로 일해보라고 하더라고. 처음으로 생긴 제대로 된 꿈이었는데, 다른 걸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마케터 아니면 안 하겠다고 거절했어. 줏대 있는 모습이 좋다곤 하더라...ㅎ
지금의 넌 어때?
백수의 장점 - 남들 다 일할 때 쉰다
백수의 단점 - 남들 다 일할 때 쉰다..
지금은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 인간관계로부터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경력에 공백이 생겼어.
두 번째 회사는 짧게 다녔다 보니, 거길 빼면 2년 정도 쉰 셈이거든.
피아노도 맨날 쳐야 손에 익는데, 너무 오래 쉬다 보니 다음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야.
쉬는 게 쉬는 게 아닐, 이 시간을 이겨내는 너만의 팁이 있다면?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모든 게 불안정하거든. 그럴 때 하루를 허투루 보내면 자괴감이 커진단 말이야? 그래서 작은 계획이라도 세우고 달성하는 걸 추천해.
나도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됐어. 작은 계획이라도 세우고 성취하면서 자존감을 만들고, 그 힘으로 나아가고 있어. 지금은 매일 운동하면서 멘탈도 단련하고 있지.
집에 오래 있다고 우울해하고 안주하면 안 돼. 당장은 못 할 것 같아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야 해. 멘탈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 나가기!
너에게 요새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 명언이나 명대사 하나를 꼽자면?
내 경우에는 힘든 환경과 성공에 대한 욕구가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어. 그중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어. 성공한 사람들은 일과 삶을 분리하지 않고 일을 ‘삶’ 그 자체로 생각하는 것 같아.
내가 한동안 무한반복해서 듣던 트럼프 연설이 있어. 그중 일부를 발췌할게.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마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록, 그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다짐이 일을 해내게 만듭니다.)
‘불가능’ 이라는 단어를 ‘동기부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생각하세요.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아니면 성공가능성이 희박할 겁니다)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2025년의 계획을 말해줘.
인간으로서의 목표는 - 내인생, 내업무를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 지금까지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 목표이기도 해. 25년에는 거기에 더해 목표지향적인 사람 되기, 선하고 강한 사람 되기.
성과적인 목표로는 - 계획을 세울 때 가벼운 목표들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하나를 세우는 게 좋대서 대기업 이직을 큰 목표로 삼고, 기본 소양을 쌓기 위한 영어, 인적성 공부, OPIC 따기 같은 작은 계획들이 있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한 3가지 가치를 꼽자면?
1. 성장성
2. 돈
3. 워라밸
너에게 직업이란?
내 기호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보이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고 브랜딩하는 것이라 생각해.
마지막으로, 홈 프로텍터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줘.
사람은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멘탈 관리 잘하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그때 그 순간]
사진첩 4바퀴 돌아서 골랐다. 내 멘탈을 케어해준 러닝뷰(?)야.
-우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