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터뷰 12. 화가 많지만 인간을 애정하는 심리상담사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해서 재밌는 직업이야기 : 업터뷰
필자의 친구인 심리상담사 [성격파탄자]님과의 업터뷰. 어디가서 심리학 전공이라 하면 “내 마음 맞춰봐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어릴 때는 아나운서나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었어. 화려하고 커리어우먼 같아 보여서 좋았어. 공부도 잘했거든.
중학생 때까지 스튜어디스를 꿈꿨는데, 선생님께서 공부 좋아하면 다른 직업도 고려해 보라길래 흥미가 떨어졌고.
고등학생 때는 박웅현이라는 광고기획자의 책을 인상적으로 보고 광고기획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어.
광고라는 게 번뜩이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거라 생각했는데,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같은 걸 다르게 보는 관점이 창의력이고 그게 곧 광고가 된다는 말을 듣고 엄청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
근데 나중에 복수전공해보니 내 성향이랑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심리상담 쪽으로 틀게 됐지.
심리상담에는 어쩌다 흥미가 생겼어?
원래 전공은 아니었는데, 휴학했을 때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어.
복학 후에 복수전공하고 수업 듣는데 너무 재밌더라. 그래서 상담사가 되고 싶었어.
나는 이상주의적인 면도 있고,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걸 좋아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많은 편이야.
상담 일이 그런 내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
다행히 잘 맞았고, 엄청난 고민의 시간을 거친 후 대학원까지 가게 됐지.
취업 준비 기간은 어땠어?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하려니 채용 시즌이 이미 좀 지난거야. 빨리 돈 벌고 싶고, 백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하더라고. 그래서 마구 지원해서 붙여주는 곳 갔지. 돌이켜보면 그렇게 조급하지 않아도 됐는데 너무 불안해했던 것 같아.
입사 지원을 많이 했구나.
응, 생계유지를 위한 급여 높은 알바까지 포함하면 30곳 정도?
3분의 2는 면접도 못가고 떨어졌어. 대부분 경력자를 원하더라.
어떤 학교는 면접까지 갔는데, “학교 경력이 없네요?” 그러더라. 면접 보는 사람 따로, 자소서 보는 사람이 따로 있나.. 자소서 보면 알 거 아냐!
학교 특성인 것 같은데, 특히 기간제의 경우 막 엄청 특출난 능력자를 뽑는다기보단, 일정 기간 빈자리를 잘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자리라고 생각해. 학교 행정 업무라는 게 대단히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인수인계랄게 따로 없고,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처음 발을 들이는 게 어려운 것 같더라.
첫 직장은 어디였어?
초등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했어.
장단점을 알려줘.
일이 빡세지 않아서 내 공부할 시간이 많았어. 함께 일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았는데 다들 나를 배려해 주시기도 했고, 좋은 어른들이셨어. 그리고 급식이 맛있었어.
단점은 별로인 어른도 있었다. 배려는 해줬지만 어른들의 조언은 취할 건 취하고, 흘릴 건 흘려야 하는 것 같아.
그리고 너무 멀었고. 편도로 무려 2시간 30분쯤 걸리는 곳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지..
무엇보다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랑 좀 결이 달랐거든.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근무시간 외에도 공부해야 하고, 제대로 쉬지 못했지.
일하면서 어떤 걸 느꼈어?
‘정상가족’에 대한 프레임을 많이 벗어난 것 같아. 다문화 관련 학교였는데, 내 업무 범위에 입학상담도 있었거든?
입학상담을 하면 보통 학부모랑 학생이 같이 와. 재혼 가정이나 이혼 가정도 있었고, 정말 다양한 가족을 만났지. 여러 국가의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다 보니 가족의 모습, 가정 내 문화, 부모자식 간의 관계 등등이 우리랑 너무 다르더라.
두 번째로는, 사는 방식의 다양성을 배웠어. 우리나라는 성취를 중요시하고 각박한데,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는 걸 느꼈어. 어느 날은 외국인 동료가 홈파티를 열어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삶을 즐기면서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어서 충격이었어.
마지막으로, 경력이 중요하다는 생각? 첫 직장이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경력으로 인해서 수월하게 이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이 두 번째 직장이지?
응. 지금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어.
지금 일은 어때?
일단 가까워서 좋아. 상담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심리검사 영역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었는데 그걸 해볼 수 있게 됐어. 같이 근무하는 분들도 너무 좋아.
단점은 행정 업무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정도?
지금 직장을 선택한 계기가 있어?
내 이력, 자격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일 나은 선택지였어.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줘.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의 자격증이 공신력이 있어서, 상담사로서의 역량이 인정되는 편이거든. 사실 상담 역량은 증명하기 어렵잖아. “상담해 보세요”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공신력 있는 학회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그래도 이 사람은 n번의 상담과 n번의 교육 등을 받았겠구나’ 최소한의 역량 증명이 되는 거지.
그래서 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한 요건을 채우는 데에만 해도 많은 돈과 시간, 체력이 드는데, 이번에 드디어 시험을 볼 자격이 채워져서 열심히 준비하려고.
또, 심리검사에 대해서도 교육 들으면서 역량을 강화하고 싶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뭐야?
진짜 중요한 건 ‘흥미’랑 ‘가치관’. 나는 내 가치관이랑 맞아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10년 뒤 너의 모습은 어떨까?
실력을 많이 쌓고 싶어. 그냥 꿈이긴 한데,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 심리학은 선진국에서 발전해왔고 지금도 더 발전되어 있거든. 유명한 학자도 외국에 많다보니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고, 10년 뒤에는 이 분야에서 실력 있는 상담사가 되고 싶어. 내 상담센터를 차려서 작고 편안한 공간을 마련하고파.
로또가 당첨된다면 일을 계속 할거같아?
나 이 생각 자주하는데!
상담 일을 선택하기 전까지도 고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야. 스스로 질문을 던져 봐도, 로또에 당첨되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더라. 나 스스로 답을 내리면서 이 일을 좋아하는 구나 확신을 얻게 되는 것 같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면 오히려 좋지. 가장 큰 단점이 경제적으로 너무 척박하다는 거거든.
이 일에 대해서는 왜 고민을 했어?
돈 때문에. 우리나라가 유독 그런 것 같은데 이 업계는 너무 열정페이야. 그래서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일이라고들 해. 왜냐면 꾸준히 공부하고 교육을 받아야 실력을 쌓을 수 있어서 계속 돈을 쓸 수밖에 없거든? 근데 임금은 최저를 웃돌아. 후려치기당하는 것 같아서 너무 화가 나.
후회가 되는 건, 어차피 이 일을 할거였다면 조금 더 일찍 확신을 갖고 유학을 갔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해외는 상담사를 전문가로 대우해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않잖아. 할말은 많지만...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고 ㅎㅎ 학회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웃긴 건 자격증 따기 위한 기준은 엄격한데, 정작 자격증을 따지 않은 사람도 심리상담사가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제대로 하려면 정말 어려운데, 윤리적이지 않은 마음으로 일을 하더라도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인 셈이지.
학부 때 교수님이 알려주셨는데, 성범죄 전과자가 심리상담센터를 차렸던 일도 있었대.
너에게 직업이란?
그냥 내 삶이자 정체성인 것 같아. 그래서 일하면서도 보람과 자존감에 영향을 주고 충만해지는게 있어. 근데, ‘일’이라는건 평가가 될 수 밖에 없잖아. 일에서 타의든 자의든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면 내 자아개념이 흔들리는 것 같아.
그래서 최근에는 직업으로서의 일과 나의 삶을 분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생활을 하며 생긴 팁이 있다면?
동료를 대할 때 영혼을 빼는 거? 예전의 나였다면 다를거 같은데 지금은 그냥 좋은 사람에게도 마음이 줄어들었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시절인연이라는걸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 그렇지 않았다면 때로는 상처 받을 일도 있을텐데,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기게돼. 함께하는 순간에 충실하되 그렇지 않게 되더라도 연연하지않는거? 동료와 굳이 친구가 되려고 하진 말자.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어제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들이랑도 진로 고민 얘기했어ㅋㅋㅋ ‘진로고민 평생하는 거’라는 진부한 표현을 할 수밖에 없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게 중요한건, 일단 내가 뭘할 때 즐거워하는지 알아야해. 난 ‘그냥 해야 하는 일’은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즐거워 하는일을 찾아봅시다!
그리고 투자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거. 특수할 수 있는데, 상담은 어쨌든 일정기간 동안 굉장히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삶을 살아야하고, 이후에는 어느정도 하는만큼 벌 수 있는 일이거든. 그래서 나는 초반의 삶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걸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낫더라고. 들인만큼 돌아올거다 라는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되고, 인풋하는걸 아깝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 어려워도 투자의 시간으로 여겨봅시다.
[그때 그 순간]
내 책상이야. 심리검사 잘하고 싶은 초심상담자의 발악
-성격파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