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업터뷰

평범해서 재미있는 직업 이야기

prologue. 업터뷰를 시작한 이유

by 섬감자
너는 장래 희망이 뭐야?

어릴 때에는 수없이 주고받았던 질문.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초등학생쯤 나는 장래에 외교관 아니면 천만배우가 될 생각이었는데(아깝게 안 됐다), 그런 내 주변에도 그냥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게 참 신기했다. 공무원이 돼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건데? 왜 공무원이야? 왜?


어느덧 나는 어른이 되었고, 꿈과 직업을 구분할 줄 알게 됐으며, 현실에 살게 되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서른쯤의 나 역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정의 내리지 못했다. 적성, 성취감, 워라밸, 동료, 돈...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도 정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무수한 질문만 던지며 어영부영 몇 년을 떠나보냈다.


그사이 내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고향 친구는 교사가 됐고, 대학 동기는 은행원이 됐다. 누구는 영업사원이 됐고, 누구는 마케터가 됐다. 나 또한 몇 가지 일을 경험해 봤지만, 고민은 계속됐다.


어차피 정답은 없는 문제였다. 진로를 찾는다는 것은 정답에 최대한 가까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나는 그 과정을 꽤 오랜 시간 음미했을 뿐이다.


변명을 해보자면,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약 12,800개쯤 된다고 한다(2020년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 기준). 내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12,800번이나 찍어 먹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진로를 결정하는 걸까. 누구나 확신을 가지고 직업을 고르지는 않겠지만, 선택의 계기와 알고리즘이 궁금했다.


뉴스나 책에서는 대단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조명하고 있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서 듣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내 주변의 무수한 연구 대상에게 묻기로 했다. 웬만하면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 있기에, 누구든 나의 먹잇감 인터뷰이가 될 것이다. 저마다 다른 업의 의미를, 필자만의 유쾌한 시선을 담아 썰 풀듯 풀어내 보고자 한다. 언젠가 이 질문에 대한 기록이 내게, 혹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너는 왜 그 일을 하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