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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mja Apr 01. 2024

오늘 나의 영혼은





언젠가 책에서 옛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말을 탈 때 하는 행동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끔 뒤를 돌아보곤 했는데, 몸이 너무 빨리 이동하다 보면 행여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싶어서였단다. 그래서 너무 속도가 가쁘다 싶을 땐 잠시 말에서 내려 영혼이 곁에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현대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터무니 없고도 참 귀여운 발상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영혼을 잃지 않고자 했던 인디언들의 논리 아닌 논리에 나는 순간 적잖이 꽂혔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마음이 콩, 내려앉았는데 나의 영혼이 정작 까마득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두고 온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나는 도무지 영혼을 쓸 일(?)이 없었으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해진 일과에 치여 피로한 몸둥이만이 속절 없이 내달릴 뿐이다. 좀처럼 없던 영혼이 퇴근 후라고 극적으로 짠 하고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회사라는 말 위에서 쏟아버린 나의 몸은 영혼이 따라오거나 말거나 따위는 생각지도 못한 채 그저 집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 최대한 길게 이어지기만을 고대했다. 지난주도, 이번주도 역시나 그렇게 나는 영혼은 온데간데 없었다. 인디언 이야기를 읽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나는 정신 없이 달리는 말 위에서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오늘은 3월의 끝. 누워서 뒹구르르 유튜브나 보고픈 욕구를 누르고 그나마 몸둥이를 키보드 앞에 애써 데려다놓은 것은 이제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나름 굳은 다짐에서다. 어디에선가 꿈틀대고 있을 나의 영혼을 찾아서. 바쁜 일상에서도 우리는 인디언이 되어야 한다는 책 속의 조언에 따라 나는 오늘 나의 영혼이 좋아할 만한 일로 하루를 채워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만에 조깅을 하고 손수 된장찌개를 끓여 집밥을 먹었다. 커버가 예뻐서 샀던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좀처럼 쓰지 않던 일기(를 가장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영혼이란 게 하루만에 어느 정도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오늘만큼은 조금은 움직여줬겠지. 말에서 내려서 나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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