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시절이 있었다.
어둑어둑해진 깊은 밤이 찾아와도 내 곁을 지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림자마저도 날 버렸다.
마음의 문을 닫고 숨어버린 '나'
무의식 속에 쌓여있는 고통 덩어리를 하나, 둘 떼어내지 못했다.
울퉁불퉁, 불규칙한 패턴을 끊을 수도 없었다.
고통을 피하는 데만 집중했지, 나 자신을 방어할 생각을 하지 못해서 나의 암세포들은 결국 그 자체로 굳어져 큼직한 돌덩어리를 만들어버렸다.
상처 주지 않을 것은 없다.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는 익숙한 것에 만족하고 감정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기에 나의 가림막 경계는 삶의 수많은 과정 속에서 자체적으로 떨어져 나갔는지도 모른다.
표현하지 않은 감정 절대 죽지 않는다.
그냥, 바로 이야기했더라면 가볍게 말하고 끝날 수 있었는데.......
속으로 꾹 참고, 눌러 담고, 쌓아놓아서 나중에 더 깊은 골로 빠져들어 폭발하고 그 폭발로 인해 더 못난이 모습으로 표현이 되어버린다.
투명하고 납작해진 버린 세상에 그림자만 존재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희망의 씨앗이 있다고 적어도 말할 수 있는 작은 불씨는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
피했으면 좋았을 일도, 언젠가는 맞서야 했을 일들도 있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의 추격전에서 계속 쫓기다 보면 나의 그림자도 녹아서 흘러가버릴 것이다.
다들 사라진 그림자에 대해 거짓말을 하였다.
추위에, 더위에, 힘듦에, 고통에, 슬픔에, 화가 남에, 괴로움에, 외로움에 밖으로 떨어져 나갔거나 바닥에 붙어 버렸을 거라고 ~
햇살 뒤에 숨어버린 그림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웃는다.
더 이상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온 세상이 어둠으로, 무언가가 나를 어두운 것으로 취급하는 것만 같았다.
평생을 그림자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질 소중한 나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거나 철거되어 버린다면 나의 그림자는 '흑'의 그림자로 남아 버리질도 모른다.
하얀 그림자는 정녕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절망 가운데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인생은 상실과 고통의 연속이며 슬픔과 견뎌냄의 순환이기에 삶의 마지막 끈을 절대로 놓아서도 안되며 스스로의 한계에 맞닥뜨린 그 순간에도 자포자기해서도 안된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노출되었고, 어두운 그림자도 날 버렸지만 결국은 그 어둠 속에서 이겨내는 것이다.
절대 그림자를 따라가거나, 그림자에게 버림받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