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독후감
나도 해외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그가 한국에서 파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
지금은 김환기 작품이 몇십억이나 되지만 당시에는 그림이 팔리지 않아서 그림에다 가격을 붙이지 않겠다고 다짐까지한 일기가 있었다.
그가 부인과 파리로 떠날땐 자식들을 데리고 갈 수 없었다.
자식들을 두고 파리유학을 하던 김환기는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적어두었다.
여행을 하는 것과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달라서 막상 무엇인가를 배우려 나갔는데 때론 타지인으로 살아가는 고립된 환경, 작업실에서만 그림을 그리는 삶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마음도 공감이 되었다.
그가 3년의 파리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때는 파리의 문화와 살던 집의 풍경등을 그리워하였다. 이국에서는 고국을, 고국에서는 이국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
얼마전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님의 인터뷰를 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던 말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우물안 개구리가 된 것 같아서 외국에서 더 큰 경험을 하고자 나갔는데 외국인으로 살다보니 사회적안전망 범위가 더 좁아져서 더 좁은 우물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말했었다. 막상 한인 커뮤니티, 한인교회,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에서보다 더 관계가 좁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더 좁을 해외라는 우물에 갇힌것 같다는 말이었다.
김환기 작가도 종종 낯설고 신기하던 파리의 풍경이 익숙해지고 작업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림을 그리겠다고 친구들과 자식들을 두고 파리로 넘어온것이 얼마나 더 큰 경험을 하겠다고 결심한 행동인지 가끔은 후회와 본인이 결정한 선택을 의심하곤한다.
하지만 우물안 개구리라 생각되어도 받는 자극의 스팩트럼은 해외생활이 훨씬 폭이 넓다. 파리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전시와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보다 선진화 되어있는 예술계 문화를 한국에도 소개시켜주고 싶어한다. 도시의 전경이나 하수도 시스템같은 앞선 기술들을 경험하면서 한국에도 이러한 것들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램들도 그의 에세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나도 호주에서 사는 동안 효율적인 대중교통시스템과 유니버셜 공공디자인들을 경험하면서 한국도 호주처럼
공공시설 디자인들이 선진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유모차를 끌거나 휠체어를 타고 버스를 타는 일이 자연스러운 시드니의 풍경을 볼때 마다 서울의 버스들과 비교가 되었다.
선진화된 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결국 내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관찰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가 갖은 정체성은 사물을 비추는 거울 같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이 있기에 다른 나라의 선진화된 문물들을 볼때 우리나라도 이런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김환기 작가는 뉴욕으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작업을 이어간다. 그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의 어떤 부분이 아프다는 구절들이 점점 자주 등장하지만 그는 그림을 계속 그려나간다. 그의 후기 에세이는 작업을 했던 로그들로 채워져있다.
김환기 에세이를 읽으면서 누군가의 삶을 읽는 것은 흥미롭고 나와 공감대를 찾게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의 글들도 어떤 사람들에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발견과 공감대를 느끼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의 문체를 빌어 나도 오늘을 기록해본다.
오늘은 10월 11일,
올해는 마지막 공휴일이다. 느릿하고 별일정없이 나는 오늘 하루를 보내려다 최근 읽은 김환기 에세이에 대해서 적어보려 브런치를 오랫만에 열어보았다. 읽고나서 느낀점을 적어두지 않으면 금방 흐릿해지는 것같다. 한두달전 다 읽은 책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적어두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