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사원의 고립 생존기
SCM팀에 배치된 후,
나는 서서히 팀의 구조를 이해해 갔다.
팀은 다섯 명이었다.
팀장 한 명,
A, B 제품군을 나누어 맡은 두 명의 팀원,
팀 전체를 지원하는 영업지원 담당 한 명,
그리고 나.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팀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팀장과 두 팀원은
오랫동안 다뤄온 A, B제품군을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
제품을 나누어 맡았지만,
서로 긴밀히 업무를 공유하고 백업할 수 있었다.
영업지원 담당자
역시 이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팀 전체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나만,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C제품군을
독립적으로 책임져야 했다.
C제품군은 회사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품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제품군을 더 키우기 위해
카테고리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기존의 업무 매뉴얼은
오래되어 흐름이 끊겨 있었고,
확장된 영역은 사실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나 이전에 이 업무를 맡았던
대리급 전임자도
미흡한 매뉴얼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모든 흐름을 익히기도 전에 퇴사했다.
(참고로 몇 년 후 나는 내 자리에 있던
전임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회사 안에서도,
그가 남긴 흔적은
"조금 아쉬웠던 자리"
정도로 조용히 회자될 뿐이었다.
누군가 선명하게 기억하지도,
아쉬워서 찾아 묻지도 않는 자리.
'조금 안타까웠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존재였다.
그리고 이제,
그 '조금 아쉬웠던 자리'를
내가 맡게 된 것이다.
회의가 열려도
나는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A, B 제품군을 다루는 팀원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고,
회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C제품군은
언제나 논의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질문을 해도
"그건 네가 직접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
"이전 담당자가 하던 거라 자세히는 몰라."
이런 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나는 조용히 메모를 하고,
다시 메일을 뒤지고,
흩어진 자료를 끌어모아야 했다.
누구도 이 업무의 전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정답도 없었다.
경험자도 없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가끔은 억울했다.
왜 나만 이렇게 고립되어야 하는지,
같은 팀원인데 왜 아무도
제대로 알려줄 수 없는지.
하지만, 사회초년생은
억울함을 말로 꺼낼 수 없는 위치였다.
나는 조용히, 묵묵히,
하루하루 자료를 정리하고,
흐름을 다시 구축해 나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흩어진 메일, 오래된 보고서,
사라진 담당자의 흔적들 속에서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은 쉽지 않았다.
외로웠고, 답답했고,
가끔은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이
나를 회사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단단한 바탕이 되었다.
누군가 떠난 자리를 메우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조금 아쉬웠던 자리'에서
나만의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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