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랐던 사회초년생, 3천만 원을 잃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그리고 몰라서 당한 이야기

by 왕감자감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점심시간, 팀 선배들과 밥을 먹다가 들은 말이 기억난다.

“왕감자님, 청년내일채움공제 신청했어요?

3년만 버티면 3천만 원 나오는 그거.”


3천만 원?


귀가 번쩍 뜨였다.
그제야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3년 동안 한 달에 16만 5천 원씩 적금을 넣고
총 600만 원을 모으면,
회사에서 또 600만 원을 보태주고,
정부에서 무려 1800만 원이 지원된다.


3년 뒤 총 수령액 3천만 원.


머릿속에서 숫자가 맴돌았다.

3년에 3천만 원이면

사실상 연봉이 천만 원이 오른 셈이었다.

얼떨결에 오게 된 부서라도

이 정도면 버텨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수습이라 안 돼요.”

이건 좀 억울하잖아요


바로 인사팀에 연락해 신청 방법을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왕감자님은 아직 수습기간이라서

정규직으로 간주되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은 가입이 어렵습니다.”


‘수습이요?’

속으로 잠시 어이가 없었다.


“석사 졸업자는 바로 정규직이라 하지 않았나요?”

인사팀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덧붙였다.


“경력이 없으시잖아요.
석사 졸업은 인정되지만,
수습기간 3개월은 기본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내부 방침이에요.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로 대우해 준다는 거지

정규직은 아니에요"


말은 그럴듯했지만,
실제로는 수습이라는 이름 하나로
지원 제도에서 확 밀려난 기분이었다.


원치 않던 부서에 던져졌고,
공대 석사라는 타이틀도 통하지 않았고,
복지 혜택에서도 탈락이라니.

그래도 어쩌겠나.


백수 시절이 길어질까 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조용히 3개월을 버텼다.

그리고 수습이 끝난 후
다시 인사팀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서류를 요청했다.






“예산이 없어요.

내년에 다시 신청하세요.”


드디어 신청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잠시.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관계 기관에 연락해 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예산이 이미 다 소진돼서
3년형은 불가능합니다. 2년형으로는 가능해요.”


2년형은 정부 지원금이 1,200만 원.
3년형보다 600만 원이 줄어든다.


남은 달수를 계산해 보니
올해가 두 달도 안 남은 상황.
그렇다면 내년 초에 3년형으로 다시 신청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판단이 너무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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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턴 대기업 재직자로

분류되셨어요”


해가 바뀌고, 다시 서류를 준비해 신청을 넣었다.
드디어, 진짜 가입이 되는 줄 알았다.

며칠 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해당 정책 관계부처였다.


“왕감자님, 자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가입이 불가능하십니다.”


“예? 저희 회사 같은 팀 사람들은

전부 작년에 가입했는데요?"


“올해부터 기업 분류 기준이 변경되었거든요.
작년까진 중견기업이셨는데,

왕감자님이 재직 중인 XX 그룹은

올해부턴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상

대기업으로 분류됩니다.

대기업 재직자는

해당 제도 이용이 불가능하세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회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중견기업이었다.

근무하는 환경, 위치, 조직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 제도상 ‘대기업’이라는 말 하나로
3천만 원의 문이 닫혀버린 것.


이해도 되지 않았고, 납득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수습이라는 이유로 3개월을 기다렸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남은 두 달을 미뤘지만
제도상의 기업 분류 하나로

3천만 원을 놓쳤다.


그리고 나는 그 상황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사회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제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청년을 위한 정책은
가끔 너무 조용히, 너무 쉽게 사라진다.


돌아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나는 수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직무, 조건, 혜택

그리고 어떤 것도 내 의지로는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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