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앞에서도 고기 추가는 금지였다.
입사 3일 차.
이름이 적힌 명함도 없고,
담당 품목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왕감자님, 오늘 중국 거래처 미팅 있는데 같이 가요.”
영업팀장님이 조용히 말했다.
“중국어 되시잖아요. 통역 좀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중국어 가능자라는 이유 하나로,
첫 외부 미팅에 투입되었다.
회의실에는
중국거래처 오늘 도착한 중국인 직원 세 명,
우리 측 상무님, 영업팀장님, 그리고 나.
총 여섯 명이 마주 앉았다.
회의는 조용히 흘렀고,
뚜렷한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결정은 미뤄졌고, 표정은 무거웠다.
그 순간, 상무님이 입을 열었다.
“식사 같이 하시죠.”
식사는 고급 한정식집에서 이어졌다.
1인분에 7만 원 하는 고기 정식이 메뉴판에 적혀 있었다.
“6인분 주세요.”
상무님의 말은 단순하고 정확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자,
상무님이 내 옆으로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왕감자님, 식사하다가 고기 추가 안 되게 자연스럽게
냉면 좀 권해줘요.
중국어로 부드럽게, 알겠죠?”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판 위의 고기가 떨어져 갈 때쯤
중국 거래처 직원 중 한 명이
고기가 부족하니깐 더 시켜도 되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 순간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중국어로 말했다.
“이 식당 냉면도 정말 유명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고기에 냉면을 싸 먹기도 해요
냉면을 고기랑 같이 먹으면 딱이에요.
시원하고 깔끔해서 후식처럼 드시기도 좋아요.”
냉면 한 그릇에 만 원.
누구도 무안해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냉면을 시킬 수 있었다
그 상황은 아주 조용히 넘어갔다
그날의 고기 추가는 없었다
조직의 판단을 눈치껏 실행하는 것의
의미를 처음 체감했다.
고기 대신 냉면을 권한 일.
그건 그저 눈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성과 없는 미팅에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는다.
7만 원짜리 고기와 만 원짜리 냉면 사이에서,
회사의 기준은 분명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티 나지 않게, 부드럽게 실현해야 했다.
그게 바로
조직에서 ‘직원’이 해내야 하는 역할이었다.
그날 나는 그걸 해냈다.
냉면 한 그릇을 권하는 일로.
입사 3일 차.
나는 냉면을 권했고,
그 안에서 회사의 방식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야 하는 공기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를 처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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